<힐링푸드>고구려인들의 발효食, 피로 풀어주고 해독작용까지

조선옥 일한식문화협회장 ‘추천 한식’

일한농수산식문화협회의 조선옥(49·사진) 회장은 명실공히 ‘한식 전도사’다. 지난 1992년부터 일본에 거주해온 그는 요리연구원을 운영하며 일본인 한식요리사만 1000여 명 이상 길러냈다.

2015밀라노엑스포를 통해 유럽 현지에서 ‘맛과 영양’을 모두 추구하는 K푸드 바람이 일며 정부가 한식세계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 회장이 “한식의 뿌리는 고구려 음식”이라고 주장,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된장, 간장, 술, 절임 배추 등 한식의 원형은 대부분 고구려 음식에서 시작됐다”면서 “이 음식은 일본으로도 전파돼 오늘날 대표적인 밑반찬인 쓰케모노(채소절임 음식)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오는 27일 사이타마(埼玉)현의 고마(高麗)신사에서 ‘고구려를 맛보자-고구려·한국 재현 요리 체험’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8일 방한한 조 회장을 만나 ‘고구려를 맛보자’ 행사에 소개될 주요 음식들을 미리 살펴 보았다.

우선 조 회장은 “한식의 대명사로 통하는 ‘발효식’이 고구려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이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그는 일본 현지 행사에서 홍어발효된장찜, 돼지고기 발효 된장구이를 재현해 선보이게 된다.

“중국과 접경한 지대로 전쟁이 많았고 농업이 발달할 수 없는 산악 지형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발효에 의한 저장음식이 당연히 발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효된 육류 등을 소재로 한 요리가 자연히 발달했습니다.”

조 회장이 소개하는 돼지고기 발효 된장구이는 간장에 절여 한 달가량 냉장고에 숙성시킨 후 팬에 구워서 된장을 바른 음식이다. 숙성 과정에서 육질이 부드러워지며, 소화도 잘된다. 또 홍어발효된장찜은 홍어를 몇 번씩 앞뒤를 뒤집어 구들구들 말려 조리한 것인데 진하지 않은 암모니아 냄새가 오히려 식욕을 자극한다.

조 회장은 “고구려인들이 홍어를 먹었다는 기록은 없지만 바다 고기를 많이 먹었다는 기록은 있다”며 “이번에 선보이는 요리는 생홍어를 조금 말리며 발효시켜 소금 밑간을 한 다음 간장으로 재워서 찐 요리”라고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여러 기록에서 유추해 보아도 고구려인들 역시 발효음식을 즐겼어요. 발효 음식은 피로해소와 피부건강에 유익하고 소화도 잘되지요. 다이어트는 물론 항암, 해독작용도 체내에서 해주고요. 아마 고구려인들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며 그 같은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 회장은 또 고구려인들도 나물 등을 즐겨 먹으며 영양상의 밸런스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현지 행사에서 그는 오이장아찌, 더덕된장구이, 곤드레나물, 무건조생강볶음 등의 음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 그는 “기록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고구려인들도 산악지형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잡곡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적인 잡곡 중의 하나인 콩을 활용한 콩죽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콩죽에는 빨간 쌀도 들어가는데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씹는 식감이 좋다.

이외에도 고구려 음식 재현 행사에는 계명주, 북어다식, 육포다식, 사과정과, 도토리지짐이, 사과 셔벗, 된장국(달래, 냉이, 감태, 연두부), 식혜, 팥시루떡, 밤떡 등의 요리가 선보인다.

조 회장은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고구려 음식의 원형을 찾아 1년간 한국의 박물관과 문헌을 뒤지고 다녔다”며 “요리 체험 행사라 참가 인원을 제한했는데 모집 첫날에 정원이 다 찰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여 한류에서 시작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식생활에까지 널리 퍼졌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

전북 김제 출신인 그는 1992년 일본으로 유학해 일본인 남편을 만나 도쿄에 정착했다. 애초에는 피부미용실을 운영했으나 피부와 건강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게 음식이란 생각으로 요리를 배웠다. 약선(藥膳)요리를 시작으로 궁중요리, 전통요리, 떡 등 한식의 명인을 찾아 고국을 오가며 배웠다. 한편 식문화를 비롯, 한·일 문화교류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조 회장은 본인이 주선해 9일 열리는 서울 명동 관광특구협회와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온천협회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MOU)에 참석하기 위해 고국을 찾았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