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상현 막말 파문…與, 眞相 규명하고 責任 물으라

여야 공천 진통의 와중에 돌출한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은 정치인의 자질 문제와 집권세력의 도덕성, 그리고 새누리당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취중 실언(失言)으로 치부하고 넘기기 어렵다. 특히, 윤 의원은 ‘3권 분립 위배’ 논란에도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직했을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고, 사무총장 등 여당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평소 서슴없는 직설(直說) 화법에다 재산·사생활 등으로도 주목과 기대를 많이 받아온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여당 의원 40명 살생부’ 파문이 일었던 지난달 27일 윤 의원이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김무성 대표를 거명하며 “죽여 버려. 다 죽여. 내일 공략해야 돼”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8일 폭로됐다.

우선, 공식·공개 석상에서의 발언이 아닌 데다 제3자의 도청(盜聽)에 의한 폭로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는 점은 신중한 접근을 요한다. 법률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친분 있는 사람과의 취중 대화라 하더라도 도를 넘었다. 사석이라 하더라도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술에 취했다 해도 실성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말은 품성의 거울이라는 점에서 중진 정치인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나아가 윤 의원 막말은 여당 내부의 진흙탕 싸움의 정도와 수준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막말 파문에 대해 이른바 ‘비박계’는 즉각 “용납할 수 없는 망동”이라며 윤 의원의 공천 배제는 물론 정계 은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정치 불신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는 노력보다는 비열한 권력 투쟁으로 비친다.

새누리당은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하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통화 상대가 누구인지, 통화 내용의 일부라도 실행에 옮겨졌는지, 또 그럴 여지가 있는지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진상 규명 뒤 (공천 반영 여부 등) 조치하겠다”고 한 것은 합리적이다. 윤 의원 스스로 책임 지는 자세도 필요하다. 과거 임수경 의원의 ‘취중 탈북자 비하’발언에 대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등으로 성토했으며, 원내수석부대표 시절에는 박 대통령 비난 내용을 ‘리트윗’한 야권 출신 공공기관 인사의 사퇴를 요구했었다. 또 ‘막말 정치와 언어 폭력을 추방할 제도적 장치 마련’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런 기준에서 합당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