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유창희 교수의 똑똑한 요리교실>생선살 부서지지않게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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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부재료 없이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이 생선구이다. 요즘은 생선가게에서 기본적인 손질을 해 주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생선을 씻은 후 바로 굽기만 해도 된다. 생선구이 전문식당에서 숯불이나 연탄불에 직접 구운 맛은 아니지만 가정에서도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생선 한 토막으로 맛있는 한 끼 밥상을 차릴 수 있다.

생선구이의 조리과정이 단순함에도 의외로 생선구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굽는 과정에서 생선을 뒤집거나 그릇으로 옮길 때 생선이 프라이팬에 붙어 생선살이 부서지고 모양이 흐트러져서라는 답이 많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생선과 프라이팬 표면 사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때문이다. 식품의 여러 성분이 금속과 반응할 수 있지만 특히 단백질에서 이 반응이 강하게 일어난다. 굽는 동안 온도가 높아지면 생선 단백질은 변성되는데 변성된 단백질에는 다른 물질과 반응할 수 있는 활성기가 많이 생긴다. 가열 중 증가된 생선 단백질의 활성기가 프라이팬 표면의 금속이온과 쉽게 결합하여 생선이 바닥에 붙게 되는 것이다. 또한 프라이팬 바닥에 눌어붙어 부서진 생선살은 굽는 과정 중 타 버려 설거지마저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생선이 프라이팬에 붙지 않게 하려면 생선 단백질과 프라이팬 표면 사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생선을 올리기 전 프라이팬을 충분히 가열하는 것이다. 높은 온도로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생선을 얹으면 생선 표면의 단백질이 순식간에 응고되어 프라이팬에 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약간 둘러 프라이팬과 생선 사이의 화학반응을 막는 막을 만드는 것이다.

굽기 전에 생선 자체에 기름을 바를 수도 있다. 코팅된 프라이팬에서는 코팅 성분이 이 방해 막 역할을 해 주므로 잘 붙지 않는 것이다.

만일 생선을 포를 떠서 굽는 경우에는 껍질 쪽을 먼저 프라이팬에 놓아 익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살 쪽보다는 껍질 쪽에 지방이 많아 덜 붙게 된다. 마지막으로 생선살에 밀가루나 잘게 부순 견과류를 입히면 생선살이 프라이팬에 붙거나 모양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을 수도 한다. 봄철에는 조기, 병어, 민어 등 담백한 흰 살 생선들의 맛이 좋다. 이제 생선이 프라이팬에 붙어 실패할 걱정 없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생선구이를 즐겨보자.

이경은(서울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