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이번엔 잘못 건드린 ‘골프장 통합’

체육계의 이슈였던 ‘통합’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엔 골프장 통합 문제가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골프장의 통합 역시 문화체육관광부가 골프장 정책 총괄 주무부처라는 명분으로 개입한 것 같습니다. 문체부는 그동안 같은 집안끼리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며 회원제로 구성된 한국골프장경영협회와 퍼블릭 골프장 모임인 한국대중골프장협회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한집안’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해왔기에 통합 필요성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두 협회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너무 많습니다. 골프장이란 공통점만 있을 뿐 입장이 서로 달라 통합은 아득해 보입니다. 회원제는 개별소비세(2만1120원)를 내야 하고 취득·등록세, 재산세 등에서 일반에 비해 5배에서 많게는 30배 이상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중제는 개별소비세가 없고, 세금도 일반과세 요율과 비슷합니다. 같은 골프장 사업을 하면서도 대중제는 ‘특혜’를 누려왔고, 회원제는 ‘억압의 대상’으로 취급돼왔습니다. 경영협회는 개별소비세 폐지 및 세금 완화를 정부에 요청했고, 그럴 때마다 대중제는 이를 반대해왔습니다. 골프장 500개 시대에 서로가 서로를 넘어서야 하는 경쟁 관계가 됐습니다.

지난 23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총회에서 통합 문제가 공식 안건으로 올려졌습니다. 대중협회가 지난 7일 총회에서 경영협회와의 통합을 의결했고, 지난 10일 ‘통합요청’을 담은 공문을 경영협회에 보냈습니다. 이날 수장으로 재추대된 박정호 회장은 “통합에 따른 절차도 필요하고, 대안도 검토해야 하기에 각 회원사의 의견을 들어 다시 논의하겠다”며 통합 문제에 신중히 접근할 뜻을 밝혔습니다. 회원제 골프장 대표들도 정부의 회원제 따로, 대중제 따로 식의 정책 차별이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한 회원사 대표는 “2년 전 대중협회가 정부에 회원제의 개별소비세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런 사람들과 같이 갈 수는 없다”면서 “대중협회로부터 먼저 개별소비세를 없애겠다는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설사 두 협회가 통합된다 해도 ‘한집안 두 목소리’는 여전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정부가 회원제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을 대중제와 같은 수준으로 맞춰주는 방법이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세금정책은 국회의 입법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부 내에서도 토지 관련 세금은 기획재정부, 지방세는 행정자치부 소관 업무여서 통합을 주문해 온 문체부 힘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뒷감당도 못하면서 괜히 벌집만 쑤셔놓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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