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길거리 투쟁 아닌 선거 통해 미래 바꿔야”

  • 문화일보
  • 입력 2016-04-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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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한국어책 ‘미래 시민의 조건’ 출간한 파우저 前서울대 교수

“美 돌아오니 한국 더 선명해져
30년 한국 생활서 느낀 문제점
韓독자들과 함께 풀고 싶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첫 외국인 교수로 재직했던 미국인이 쓴 ‘미래 시민의 조건’(세종서적)에는 198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정치·사회상이 상세히 담겨 있다.

저자인 로버트 파우저(사진)는 지난 1982년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후 한국과 일본에서 30년 가까이 생활하며 서울대, 교토(京都)대 등에서 영어와 한국어 교습법을 가르쳤다.

2014년 8월 서울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고향인 미국 앤아버로 돌아가 이 책을 쓴 그는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랜 시간 한국에서 살며 느낀 한국의 문제점을 한국 독자들과 부드럽게 소통하며 풀어가고 싶은 생각으로 첫 한국어 책을 출간했다”며 “어느 나라나 공공 이익과 개인 이익의 균형이 필요한데 한국의 사회 분위기는 지나치게 개인 이익에 쏠려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알아야 할 민주주의 사용법’이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절반이 넘는 분량을 자신이 경험한 일들과 개인적인 견해로 채웠다. 1980년대의 민주화운동과 1990년대의 외환위기를 거쳐 지금의 ‘스펙 쌓기’ 열풍과 부의 집중 현상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그는 한국 사회의 결점을 진지하게 응시하며 그 원인을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인식한다. 또 개인과 집단의 균형, 사회적 자본의 공평한 분배 등의 비전을 제시한다. 그는 “나를 모르는 독자 입장에선 ‘이 외국인 아저씨가 누구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어서 나에 대한 고백과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소개했다”며 “한국인을 가르치려 한 게 아니라 외국인인 나의 생각을 통해 자기 주위를 조금 더 살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면 조국이 떠오르듯 나도 미국으로 돌아가니 한국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다.(웃음)”며 “‘헬조선’이란 말이 나온 건 자기 장점을 무시하고,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은 신분과 경제적 지위에 대한 상승 욕구로, 사회적 자본이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 하며 ‘헬조선’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의 지배계층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지배계층에 진입하기 위해 계속 경쟁한다”면서 “‘있음’과 ‘없음’의 차이는 있지만 ‘강남’과 ‘서민’ 모두 불안해한다. 50∼60대는 이런 생각이 굳어져 있지만 30대 이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아직도 낡은 투쟁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자유선거를 통해 승리한 뒤 시민의 대표 자격으로 변화를 실현하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그는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앨 고어가 총 득표수에서 조지 W 부시를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고배를 마시는 걸 보고 선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길거리 투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선거를 통해 나라의 방향을 돌리고, 미래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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