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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6년 04월 08일(金)
“김정은에 시장은 ‘잠재적 敵’… 싸우다 죽든 타협하든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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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4일 문화일보 7층 접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와 관련, “급소를 제대로 찾은 이번 결의에 북한이 적응하기 전에 아주 고통스러운 제재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북한의 현재와 미래를 논할 때 흔히 인용되는, 증명되지 않는 가설 몇 개가 있다. ‘북한은 자급자족경제 또는 폐쇄경제다’‘국제사회가 이란에 가했던 제재와 같은 방식으로 옥죄더라도 북한이 결국 백기를 들고 나오지 않는데 이는 두 나라의 시스템 차이가 주요한 이유다’‘만약 중국이 적극 동참하는 대북제재가 충분한 강도로 충분한 기간 지속되면 북한은 붕괴한다’ 등이다. 일반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주장이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를 모두 부인한다. 대신 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선하고 의미 있는 분석과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당연히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한반도의 운명에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현시점에서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외교·안보 당국, 학계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지점들이 많은 것은 분명했다. 북한 5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본격 시행되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중대 시점이다. 객관적인 북한 경제 통계를 활용하고 내부 경제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정밀하게 분석한 주장이니 반박도 쉽지 않다.

김 교수의 논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북한 체제 진단은 이렇다. 무역의존도가 45%인 북한 경제를 오타키(autarchy·자립경제)로 볼 수는 없다. 북한의 밀무역 규모가 실제 무역보다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 때문에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가하면 파괴력이 매우 크다. 무역은 김정은 정권과 엘리트의 생명줄(뇌물 및 통치자금 조달 시스템)이고, 확산하고 있는 시장은 일반주민의 생명줄인데 제재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북한은 현재 불완전한 자본주의로의 체제이행 단계 문턱에 서 있다. 시장경제는 아니나 전반적으로 시장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정은이 시장과 타협하든지, 시장과 싸우다 죽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초강도의 제재나 대북 봉쇄작전만으로 북한(김정은 정권은 별개)이 붕괴하지는 않는다. 역사에서도 성공 사례는 없다. 김 교수의 논리 핵심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런 식으로 이해됐다. 과감하고 전향적인 대북정책으로 연결되는 분석들이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4일 문화일보 7층 접견실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그가 어떤 논리를 전개할지 궁금한 대목은 늘어났다.


―북한 경제를 대개 자급자족, 자립, 폐쇄경제라고 평가하는데 왜 아니라는 건가.

“확실히 오타키는 아니다. 2015년 기준으로 북한 무역 의존도가 45% 정도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45% 무역의존도의 국가를 오타키로 볼 수는 없다. 한국 무역의존도는 100% 가까이 된다. 미국·중국 등은 내부에서 자원이 다양하게 충족되기 때문에 대개 30∼40%가량 된다. 특히 북한은 접경지역에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많은 밀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무역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오타키가 아니라면 대북제재의 효과가 크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이번 제재는 문을 바로 찾은 제재다. 뭘 공략해야 하는지 아는 제재다. 북한의 외국 교역 중 90%는 중국이다. 소비재는 중국에서 70%, 식량은 50%가량 수입한다. 무역은 북한 정권의 외화수입원이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176개를 조사했는데, 상당한 뇌물이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이 수출·수입액의 7%가량 된다. 북·중 무역 총액이 6조 원이라면 4000억 원 이상이 뇌물로 들어가는 구조다. 중국과 거래하는 북한 기업은 모두 당·군·내각 등 기관 소속이다. 이들이 뇌물 중 일부를 김정은에게 충성자금으로 바치고 일부는 자기들이 가진다. 무역활동을 통해 당·군·내각이 외화를 벌고, 그걸로 먹고 사는 구조다. 무역이 북한 정권의 돈줄로 연결되니 이를 잡는 이번 제재결의는 게이트를 바로 연 셈이다.”

―북한은 현재 시장화가 진행 중이냐, 시장경제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아니라면 시장경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하는가.

“시장경제라는 진단은 잘못된 것이다. 시장화 즉, 마켓타이제이션(marketization) 중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가계소득의 70% 이상이 시장활동, 비공식활동인 거다. 거의 모든 사람이 비공식 결제활동을 통해 생존한다. 사회주의 역사에서도 없는 현상이다. 과거 소련의 경우 가계소득의 20% 정도가 비공식활동에서 나왔다. 그런데 시장경제는 아니다.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

―북한 시장화에서 변화의 긍정적인 힘을 보는 듯한데 김정은에게는 시장화가 양날의 칼 아니겠는가.

“시장경제화 견해는 부정적이다. 그런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자본주의 체제이행을 하는 단계도 아니다. 북한 지도부가 개혁·개방으로 가서 자본주의로 옮아오면 이미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이지만 현재는 몇 가지 시나리오의 변곡점에 있다. 정권은 시장을 억누르려 하고 시장은 커지려 하는 가운데 둘의 컨플릭트(conflict·투쟁)가 일어나면 어느 길로 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와 있다. 갈등 요소가 점점 커질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시장을 다루는 정책에서의 차이점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정일은 시장을 ‘자본주의·부르주아 정신의 서식처’로 판단했다. 단기적으로 경제를 풀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권력유지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다. 김정일은 적절한 수준에서의 시장 단속과 관리로 일정의 균형을 잡았다. “김정일은 약한 단속과 약한 공포정치의 ‘약 대 약 균형정책’을 폈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정은은 ‘강 대 강 균형정책’을 펴고 있다. 시장을 묵인하고 시장의 ‘돈주’를 활용하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자신의 권력에 방해되는 힘들은 강한 공포로 다스리는 정책이라는 의미다. 계속되는 그의 설명이다.

“시장의 힘이 커지면 나도 강해지겠다는 게 김정은 생각이다. 그래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나온 것이다. 시장 분위기가 확 오르면 정권에 위협이 되니까 이걸 장악하려면 강하게 공포로 다스리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돈도 챙긴다. 그런데 강 대 강 균형은 갈등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게 문제다.”

―이행경제학이 전공인데 북한의 체제 이행 단계는 어디에 있다고 평가하나.

“아직 자본주의로 들어서지 않았다. 이행이라 할 때는 ‘메이저 체인지’ 즉 중요한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아직 제도화가 안 돼 있다. 어떤 식으로든 자본주의로 이행될 가능성은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중간에 시장사회주의가 있다. 헝가리나 유고슬라비아 등이다. 북한은 이와도 다르다. 북한이랑 딱 맞는 게 없다. 위에서는 사회주의 제도를 고수하는데 실제로는 자본주의적인 요소들이 막 들어와 있는 것이다. 현재 서로 동거하면서 경쟁·대립하는 구조다. 아주 독특한 사회주의다. 밑으로부터의 시장이 존재하고 위로부터의 사회주의가 공존하는 사회랄까. 김정은은 사회주의로 다 품고 싶어 하겠지만, 그러면 경제성과가 떨어지니까 받아들이기는 하는데 그 안에 갈등 구조가 내재 돼 있고, 변화의 가능성도 보이는 체제다.”

아직은 아니나 결국 북한이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입구에 와 있으면서 뚜렷하게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설명이다. 북한을 사회주의라면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길목에 있다면,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는 역사의 퇴행 아닌가. 그러나 김 교수에게는 논리적 모순이 없다. 북한은 세상에 유일무이하고 역사적으로 ‘독특한(unique) 사회주의’이기 때문이다. 겉의 시스템은 사회주의인 듯하지만 실제 내용은 봉건 세습왕조의 성격도 있으니 북한체제가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남들은 17, 18세기에 끝낸 이행을 북한은 300년 뒤늦은 21세기에 시작하는 새로운 이행 루트가 될 수도 있겠다. 자본주의 이행을 둘러싼 모리스 돕(M. Dobb)과 폴 스위지(P. Sweezy) 논쟁을 연상케 하는 설명이 이어졌다. 내부 계급 갈등, 시장 확대, 김정은에 대항하는 세력들의 등장 가능성, 이들 세력 간 권력투쟁, 김정은의 선택지 등은 향후 북한체제 이행과 맞물려 있다.

―시장이 아래로부터의 북한 변화를 일으킬 동력이라고 보는가.

“내적 변화의 중요한 대목이다. 북한에 시장이 더 퍼지면 사람의 생각이 바뀐다. 현재 북한에서 진행되는 시장화 문제는 대북정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초점이다.”

―내부 소요나 체제를 바꾸는 동력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인가.

“시장이 커지면 자본주의 의식이 생긴다. 시장은 우리에게는 북한에 있는 우군이고, 김정은에게는 잠재적 적군이다.”

―체제 이행까지 몇 년 걸릴 것으로 전망하나.

“소련의 경우 1960년대 중반이 되면 시장이 커지지만 말기까지도 북한만큼 커지지는 않았다. 가계 소득 대비 20%에 불과했다. 그래도 시장이 있으니까 자본주의가 낫다고 여겼다. 시장 가면 물건이 다 있는데, 공산주의 국영 상점을 가면 아무것도 없었다. 시장이 더 좋다고 생각하면서 점진적으로 자본주의가 좋다고 여기게 되는 과정이다. 그게 결국 자본주의화 하는 좋은 길이다. 북한은 70%니까 훨씬 높다. 아직은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10년만 북한에서 시장이 더 진전된다면 상당한 질적 변화를 만들 것 같다.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면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만든다.”

―북한 붕괴론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김정은이 시장을 억압하다 정권이 붕괴할지, 아니면 살기 위해서 시장과 타협할지 봐야 한다. 중세에서 근대로 옮겨가는 과정도 그랬다. 도시와 무역이 늘면서 봉건 군주들이 자유를 억압하기보다 차라리 자유를 주고 세금 받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시장과 싸우다가 죽든지, 타협하든지 둘 중 하나가 아닐까. 그렇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까가 주요 관전 포인트인데 이는 시장의 파워에 달려 있다.”

―김정은이 주민을 걱정하는 정상적인 국가지도자는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김정은의 권력행사 방식이 다른 독재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 엘리트들은 과거 돈을 수령으로부터 받았는데 지금은 무역을 통해 알아서 벌고 있다.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엘리트들을 공포로 다스리고, 주민에게는 공포와 동시에 스킨십으로 친밀감을 형성하는 식이다. 우리가 볼 때는 김정은은 예측불가지만, 경제학자의 합리성으로 보면 정권 유지 측면에서 아주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본다.”

―엘리트들의 축적된 돈이 그렇게 많은가. 어느 순간 반란할 정도로.

“그렇다. 그런 엘리트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하는 것이다. 장성택이 죽은 걸 잘 봐야 한다. 돈이 빨려 들어가는 장성택은 김정은이 보기에 위험했다. 돈이 많으면 다른 세력과 연합할 수 있다. 장성택은 가병(家兵)도 갖고 있었다. 집에서 거느리는 병사들이다. 동원 가능한 군인들도 있었다. 언제든지 등을 돌려 배신할 수 있다고 걱정했을 만하다. 황병서나 최룡해 입장에서는 장성택만 없어지면 무역권한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반 장성택 연합군이 만들어져서 제거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권력과 이권 싸움이 더해져 비참하고 잔인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정은이 힘으로 돈을 못 뺏나.

“뺏으면 문제가 생긴다. 북한이 지금 외화 없이는 정권이 안 돌아간다. 핵도 만들어야 하고. 달러를 벌기 위해서는 무역도, 외화벌이꾼도 필요한데 그 돈을 다 뺏으면 누가 일하겠나. 일정한 금액만 바치면 나머지는 가질 수 있게 하는 구조다. 다만 장성택을 제외하면 엘리트들이 과거 군벌처럼 독자 세력화할 가능성은 아직 없다. 그래도 돈이 많은 건 확실하다. 권력은 축적이 안 되지만 돈은 쌓인다. 권력은 특정 시점에 강하지만, 돈은 저장되니 장기적으로 가면 돈이 이긴다.”

―내부 권력투쟁에 시장화까지 겹쳐 복잡한 이행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인가.

“북한의 무역은 정권과 엘리트의 생명줄이고, 시장은 일반주민의 생명줄이다. 김정은은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고 그래서 공포를 쓴다. 또 하나의 고리가 중간관리다. 이들은 시장 활동을 못 한다. 징계사유다. 대신 먹고살기 위해 뇌물을 받는다. 뇌물 비중이 북한 가계 지출의 10% 정도다. 중간관리들은 시장이 있는 게 좋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간관리 입장에서는 원래 독재자에게 충성해야 권력과 밥이 나왔는데 이제는 권력은 위에서 나오지만 밥은 밑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인센티브의 부조화가 생겼다. 장기적으로 변화의 요소다.”

―대북제재 2270호는 파괴력이 있는가.

“이번 2270호는 무역과 시장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급소를 제대로 찾았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제재 2094호와 5·24 조치는 성공 확률이 ‘0’에 수렴했다. 2094호는 간접적으로 옥죄는데 한계가 있었다. 핵확산 금지 정도는 됐지만 실제로 북·중 접경지역에 가면 이행이 안 됐다. 5·24 제재는 중국 등이 열려 있어 성과가 없다. 이번 제재는 무역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고, 김정은 정권 타격으로 이어진다.”

―무역도 생계형은 제외하지 않았나.

“사실 첩첩산중이다. 생계형의 기준이 뭐냐, 아무도 모른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미꾸라지가 잘 안 잡히는 것처럼 쉽지 않다. 광물을 막으면 산술적으로 북한 수출의 50%가 줄어들지만 실제 그럴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생계형이라고 주장할 만한 문서를 다 만들어올 것이다. 중국이 그걸 받아준다면 구멍 정도가 아니라 댐이 무너지는 셈이다. 중국이 어떻게 할지 앞으로의 큰 관심거리다.”

―논리적으로는 문을 제대로 찾았지만 실제로는 아닌 건가.

“제재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중국 정부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확실히 하겠다지만 큰 나라고 부패가 만만찮은 나라다. 중앙정부의 말이 지방정부의 말단 관료에까지 먹힐지 문제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중앙집권이나 경제적으로는 분권이다. 실제 이행은 다 지방정부의 몫이다. 대충 제재하는 척만 하고 경제를 돌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중국 말단관리도 그동안 뇌물을 많이 받다가 갑자기 막히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할 것이다. 현장에서도 관시(關係)를 동원해서 풀려고 할 것이다.”

―그것 말고도 제재 구멍은 많지 않나.

“무연탄 수출만큼이나 큰 비중이 의류수출 임가공이다. 2월 통계에서는 금액이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북한은 무연탄이 막히면 옷을 팔겠다고 할 수 있다. 평양 봉제공장에는 수십만 명이 고용돼 있다. 해외인력 송출도 하려 할 것이다. 생물을 막는 게 참 어렵다. 제재가 장기로 가면 북한이 적응한다. 초기에 강하게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6개월 내 승부가 날 것이다. 북한이 적응하기 전에 아주 고통스러운 제재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 김정은이 ‘이렇게 하다가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하지 않으면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

―현실을 감안했을 때 목표치는.

“경제학자니까 지표를 갖고 보는데 5·24 조치는 이후 모니터링과 관리도 안 했다. 잘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른다. 이번 제재는 꾸준히 팔로업(follow up) 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지표가 시장물가와 무역액이다. 무역액이 한 50%로 줄고 시장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100% 정도 변동한다면 상당한 타격이다. 김정은이 워낙 망언, 망발을 많이 하는데 대응 차원에서 말의 전쟁(war words)은 할 필요도 없다. 확실한 타격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북한 붕괴는 제재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북한 붕괴를 제재 목표로 삼을 수도 없다. 현실적 목표는 개인적 견해로, 북한 정권이 진정성 있게 대화의 장에 나와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다시 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이며 핵을 동결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면 타협할 수 있는 단계다. 아예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를 안 한다는 것은 제재목표라기엔 너무 높은 목표 같다. 제재로 붕괴한 예가 역사적으로 없다.”

―북한은 5차 핵실험을 준비하며 도발 중단 생각이 없는 듯하다. 남은 제재 방안이 있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자면 의류·인력송출 제재나 전반적인 금수를 고려할 수 있지만, 중국이 과연 거기까지 막는데 동의할지 의문이다. 또 대가로 한·미에 뭘 요구할지 모른다. 복잡한 게임이 될 것이다. 5차 핵실험으로 추가 제재를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제재론자냐, 대화론자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경제학자는 뭐라 불리기를 싫어한다. 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곧 이어진 설명을 보면 둘 다 해당됐다. “동학적인 것 같다. 일종의 동학적 일관성이라고 하는데. 목표는 저기 있는데 과정을 뭘 택할지의 문제다. 지금 국면에서 대화로 풀자는 것은 버스가 이미 지나갔다. 최대한 압박해서 목표는 대화로 가야 한다. 최대한 북한을 고통스럽게 만든 다음에 진정성 있게 대화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제재는 적절한 성과를 거둘 때 빠져나와야 한다. 북한이 붕괴하기까지는 대화를 안 하겠다고 하면 그걸 믿는 국민들이 생기기 때문에 제재를 풀어야 할 때 못 푼다. 그럼 남남갈등만 심해지고 타이밍을 놓칠 것이다.”

인터뷰 = 김상협 부장 (정치부) jupiter@munhwa.com
e-mail 김상협 기자 / 국제부 / 부장 김상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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