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번역 활동 활발한 소설가들… ‘읽기 편한 문장’ 강점… 1세대는 이윤기·안정효

번역의 장에는 전문 번역가들뿐 아니라 소설가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소설가 번역가들의 경우 읽기 편한 ‘가독성’ 높은 문장으로 번역 작업을 해낸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소설가들의 번역 작업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옮기는 일종의 오마주 개념으로도 해석돼 독자들에게는 한 작가의 작품을, 그 작가를 좋아하는 또 다른 작가의 번역으로 읽는다는 이중의 즐거움을 안기기도 한다.

국내에서 소설가 번역가 1세대라면 번역의 대가로 부를 수 있는 이윤기, 안정효를 꼽을 수 있다. 이윤기의 경우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 번역으로 국내 출판 시장에 그리스 로마 신화 붐을 만들고 이끈 주인공이다. 번역 작업 40여 년의 경험을 집약해 번역자들을 위한 가이드 ‘오역사전’을 내놓기도 한 안정효는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앨릭스 헤일리의 ‘뿌리’ 등 숱한 세계 명작들을 번역해 소개했다. 실제로 ‘가시나무 새’ ‘캐치 22’ ‘가브리엘라’ 등은 그가 출판사로부터 의뢰를 받은 것이 아니라 출판사에 출간을 먼저 제안해 번역한 작품들로, 말 그대로 번역을 통해 세계 문학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1세대에 이어 그다음 세대로 넘어와서도 많은 작가가 직접 번역 작업을 벌였다. 소설가 최수철은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 ‘황금물고기’(문학동네)를 번역한 것으로 유명하고, 소설가 한강은 모프라이스의 동화 ‘순록의 크리스마스’(문학동네 어린이)를, 소설가 김영하는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소설가 김연수가 전업 작가가 되기 전 많은 소설과 동화를 번역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중견 소설가 정영문, 배수아, 그 아래 세대인 송경아, 한유주 등은 소설 작업만큼이나 번역 작업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부터 번역을 시작해 지금까지 50권 넘게 번역한 정영문은 평소 “소설은 누워서 생각하고, 번역은 꼼짝없이 앉아서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비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설가들의 번역 작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읽기 편한 문장들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것이다. 또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번역 작업은 소설가가 바치는 오마주로 해석돼 번역 외적인 아우라를 얻기도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