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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6년 04월 14일(木)
“단편보다 장편, 예술성보다 주제의식 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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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서울 강남구 한국문학번역원 강의실에서 번역 아카데미 소속 학생들이 박성창(국문과) 서울대 교수의 ‘한국문화의 이해’ 수업을 듣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한국문학번역원 학생들이 말하는 한국문학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2016 파리 국제도서전, 영국 맨부커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 한강, 멕시코 청소년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가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최근 해외로부터 한국문학과 관련한 낭보가 잇달아 들려온다. K-팝, K-드라마 등 대중문화 분야와 비교하면 막 걸음마를 뗀 단계지만, 부쩍 높아진 세계의 관심을 보여준다.

작가들은 한국문학의 기반을 더 넓히기 위한 요소로 좋은 번역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파리도서전에 참석한 소설가 황석영은 “한국 문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려면 번역자 문제가 첫 번째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한국문학번역원 번역 아카데미를 찾았다. 정부가 2008년 만든 국내 유일의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기관으로, 세계 각국에 한국문학을 전파할 예비 번역가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800여 명의 국내외 번역가를 배출했고, 한국문학번역상·신인상 수상자가 28명이 나올 만큼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 학생들이 바라본 한국문학은 어떤 모습일까. 이날 번역 아카데미 정규 과정(2년)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과정에는 영미·프랑스·독일·러시아·스페인 등 5개 언어권 외국인 28명과 한국인 11명 등 총 39명이 소속돼 있다. 한국문학의 현재를 짚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자리였다. 26명으로부터는 간단한 설문도 받았다.

대부분 20∼30대인 이들 예비 번역가가 한목소리로 지적한 한국문학의 문제는 단편에 치중한 문단 분위기였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단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한국의 ‘단편 사랑’은 남다르다는 것. 독일에서 온 베네딕트 플라이어 씨는 “문학상이 단편에 집중돼 있고, 심사기준도 예술성에 초점이 너무 맞춰진 것 같다”며 “작가들이 그 스타일에 맞는 작품을 쓰다 보니 막상 읽고 난 후에는 추상적이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번역원에서 작가를 초청해 문답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데 막상 그때 주제를 물어봐도 설명을 잘못할 때가 있다”고 했다.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통하기 위해서는 감정묘사나 문장도 중요하지만 주제 의식이 뚜렷한 장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을 위한 필수요소로 자주 언급된 단어는 재미, 유머, 위트였다. 학생들은 “무겁고 어두운 것보다 유머러스하고 밝은 작품을 좋아하는 것이 모든 언어권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소설가 박민규는 좋아하는 작가, 번역하고 싶은 작품, 해외에서 통할 것 같은 작가를 묻는 번역원 학생 대상 설문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 질문에서 5표(복수응답 포함)로 김영하(6표)의 뒤를 이었고, 번역하고 싶은 작품 3표, 해외에서 통할 것 같은 작가 3표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넘치는 위트, 인간 보편성에 관한 이야기가 해외독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었다. 학생들이 김영하를 좋아하는 이유도 현대적인 작품 주제, 문체와 함께 유머가 꼽혔다. 김영하는 해외에서 통할 것 같은 작가 2표를 받았다. 현재 박민규와 김영하는 각각 8개 언어권 24종, 17개 언어권 61종이 번역돼 비교적 해외에 많이 소개된 편이다.

한국 문화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지닌 작품이 많은 것은 한국문학의 강점이자 약점으로 지적됐다. 프랑스인 티파니 레비 씨는 “유럽 지역은 동양 철학에 관심이 많다. 동양의 맛이 나는 책을 찾는다”며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반면, 스페인에서 온 알바로 트리고 씨는 “한국문학에는 문화적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이 많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공감이 잘 안 가는 내용이 많고, 분위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지점에서 소설가 박완서가 좋아하는 작가로 4표를 얻은 것은 의미있는 결과였다.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듯하고, 보편성도 갖추고 있다”는 평이었다.

이번 예비 번역가와의 만남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 작가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살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설문의 결과는 한 작가나 작품에 쏠리기보다 다방면으로 뻗었다. 김중혁, 손아람, 이기호, 김려령 등 많은 작가가 호명됐고, 삼국유사 등 한국의 신화나 설화, ‘송곳’ 같은 웹툰을 해외에 소개하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러시아에서 온 다리아 네스테러바(24) 씨의 말은 곱씹어 볼 대목이었다.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왜 한국 사람들은 자기 나라 소설을 안 읽으면서 해외 진출에는 관심이 많아요”라고 되물었다. 뼈아픈 한마디였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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