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거점도시의 ‘위기’>“탄탄한 협력업체도 휘청… 영세업체 오죽하겠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빈 점포 수두룩 지난 12일 밤 전남 목포시 하당지구에서 음식점과 술집 등 200여 개 업소가 밀집해 있는 신흥동 원형광장 주변에 인적은 뚝 끊어진 채 ‘임대’를 알리는 빈 점포들만 늘어서 있다. 목포=정우천 기자

영암 현대삼호重 대불산단

지난 12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 현대삼호중공업 작업장. 컨테이너선·유조선이 일정대로 건조되고 있어 ‘조선 불황’은 남의 일인 듯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거제·울산 지역 조선업체에 비하면 해양플랜트 비중이 훨씬 낮아 타격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과거 수주 물량으로 올해 42척, 내년에 31척을 건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올해 1분기 수주 물량(1억3000만 달러)이 목표(17억 달러) 대비 8%에 불과해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6월까지 수주를 못할 경우 내년 건조 물량의 30%가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

현대삼호중공업의 협력업체들이 몰려 있는 대불국가산업단지 고용시장에는 이미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2014년 말 750명이던 직원이 물량감소로 550명으로 줄었다”며 “내년에도 인력을 더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6개 공장 중 1개를 6월, 다른 1개를 오는 8월에 폐쇄할 계획”이라며 “가장 견실한 협력업체인 우리 회사가 이 지경인데, 영세한 다른 협력업체 상황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업 종사 인력이 줄어들면서 대불산단 주변 원룸촌에는 예전에 없던 공실이 발생하고 있다. 삼호읍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원룸건물마다 빈방이 3∼4개씩 나와 있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자주 이용했던 목포시 하당지구 번화가도 썰렁했다. 음식점과 술집 등 200여 개 업소가 밀집한 신흥동 원형광장 상인회 회장을 했던 나모 씨는 “현대삼호중과 협력업체들이 회식을 안 한 지도 오래됐다”고 귀띔했다.

영암=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