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거점도시의 ‘위기’>“풀가동 공장 한곳도 없어… 구조조정 폭탄 언제 터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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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불황의 먹구름 포항

“철강경기 이럴줄 누가 알았나
특수강 교체 등 자구 노력도
생산·수출 추락으로 역부족
1년간 실직자 2000명 추정”

“쇳덩어리에 의지해 가족을 부양했는데 막막합니더. 철강경기 이럴 줄 알았습니꺼?”

지난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내 A공장 정문 앞. 굳게 잠긴 철문 앞에서 50대 초반의 남성이 연신 담배를 피웠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그는 “지난해 10월 갑자기 문을 닫아 동료 50여 명이 한꺼번에 실직했다”며 “매달 3000∼4000t의 후판을 절단해 현대중공업에 납품했는데, 대기업이 어렵게 되는 바람에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업체 곳곳을 두드려도 채용은 고사하고 있는 사람도 내보낸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단 삼거리 부근 왕복 6차선 도로에는 대형 트럭이 드문드문 다녔다. 공단 관계자는 “3년 전만 해도 철근, 강관, 철판을 실은 트럭이 교통체증을 유발할 정도로 밀어닥쳤다”고 말했다. 포항 철강산업 대동맥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주변 산업도로도 마찬가지다. 이 일대 주유소에서 만난 트럭 운전사 김모(55) 씨는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물론, 공단 내 공장마다 풀가동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공단 주변 도로 곳곳에는 공장 임대·매매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공단 내 대형 철강업체에 근무하는 이모(40) 씨는 “일부 업체에서 철근 생산라인을 특수강으로 바꾸는 등 자구 노력을 하지만 내수부진과 선박, 플랜트 등 글로벌 연관 산업 경기 추락으로 생산과 수출이 감소하면서 구조조정이 가시권에 들었다”고 우려했다. 김영헌 공단 관리팀 차장은 “기업마다 쉬쉬하지만 ‘구조조정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국내 제1의 철강도시 경북 포항의 불안감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270여 개 업체 가운데 2014년 2월에는 10개만 휴·폐업했으나 지난해와 올해 같은 기간에 각각 16개, 19개로 늘어났다. H, D사 등 5곳은 법원에 경매 매물로 나왔다.

이에 따라 공단 내 업체의 전체 고용인원은 지난해 2월 1만5120명이었으나, 지난 2월 1만4240명으로 880여 명이 감소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들 업체의 협력사를 포함하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같은 기간 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대규모 구조조정 등 노동시장 급변에 대비 ‘고용 상황반’ 가동에 들어갔다. 김사익 고용부 포항지청장은 “기업 동향을 세밀히 파악,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활용토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박천학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