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고분양가 탐욕과 부동산시장 그림자

부동산 시장에 다시 ‘탐욕’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고분양가 탐욕이지요. 올 들어 고분양가 비판 여론에도 서울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최고가격이 4500만 원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 중입니다.

지난 1월 청약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6차를 재건축한 ‘신반포자이’ 아파트는 3.3㎡당 평균가가 4290만 원대였고, 3월 선보인 강남구 개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3.3㎡당 최고 분양가격(전용면적 49㎡)이 4495만 원으로 역대(주상복합 제외) 최고가를 넘어섰지요. 이들 단지 고분양가는 앞으로 분양할 개포주공 아파트 다른 단지는 물론 강남권의 다른 재건축단지 분양가를 올릴 것입니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분양가를 높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강남권 재건축단지 고분양가는 당장 주변 아파트 호가(부르는 값)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개포 주공 1, 3단지의 경우 1단지 36㎡가 지난 2월 6억5000만∼6억6000만 원에서 최근 7억3000만∼7억4000만 원 등 작은 면적을 중심으로 7000만∼8000만 원가량 급등했습니다. 3단지도 비슷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요. 이런 추세로 가면 곧 3.3㎡당 평균 분양가 5000만 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른바 ‘강남 불패’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강남권 고분양가 논란을 몰고 온 두 단지 모두 ‘강남의 중심’이 아닙니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입지여건이 떨어지지요. 그럼에도 고분양가 행진을 이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발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재건축조합과 최고급 상표 인지도를 앞세우는 시공사들의 ‘최고가·최고급’ 아파트 집착때문입니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들은 ‘강남의 가치’와 ‘희소성’을 내세우지만 고분양가 탐욕은 본질적으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분석도 있지요. 신반포자이의 계약자만 보더라도 서초구 거주자 30.1% 등 강남 3개 구 거주자가 6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나머지 계약자 중에서도 미등기 전매 대행자(청약 요건을 갖춰 당첨된 후 웃돈을 받고 넘기는 이들)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요.

부동산 시장에서 고분양가는 반드시 ‘미분양과 시장 냉각’이라는 후폭풍을 동반합니다. 부동산, 특히 주택가격은 지속가능한 오름세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죠. 또 고분양가 여론이 높을 경우 반드시 정부 규제 정책이 나오고, 고분양가에 따른 거품 형성은 국내외 경제 충격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재건축조합과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가 탐욕보다 단지 조경과 내부 설계 등에서 최고 아파트, 질 좋은 주택 경쟁을 해야 합니다. 무주택 서민들과 중산층에 대한 배려가 없는 고분양가 탐욕은 전체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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