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초특급 ‘베를린 필’ 2013년 내한공연 개런티 12억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3년 11월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장면. 이 공연은 최근 국내 공연 중 최고액인 23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이중 오케스트라 개런티는 50% 정도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 클래식 연주자 개런티

제작비는 항공료·숙박비 등 포함
총액의 30~50%를 개런티로 지급

특급 오케스트라 평균 4억~5억원
지휘자는 별도로 3만 유로쯤 받아
요요마 등 톱 연주자는 1억 원 이상

작년 클래식 공연 R석 평균 25만원
“기획사 과열 경쟁에 제작비 ‘더블’
비싼 티켓 먼저 매진 ‘된장 공연’도”

지난해 조성진이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 열풍이 불었다. 이를 통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유명 연주자와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티켓 가격이 비싸 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다른 공연과 마찬가지로 클래식 연주회도 총 제작비에서 기획사의 수익을 더해 티켓 가격을 산정한다.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한두 달 동안 30∼60회 공연을 하지만 클래식 공연은 보통 2회 정도 하기 때문에 티켓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클래식 공연 제작비 중 연주료(개런티) 비중은 30∼50%에 이른다. 여기에 항공료(악기 운송료 포함)와 숙박비, 식비, 현지 이동비용 등이 더해진다.

클래식 업계에 따르면 특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개런티는 30만∼40만 유로(약 3억8600만∼5억1400만 원)이고, 지휘자에겐 별도로 3만 유로(약 3800만 원) 내외의 연주료를 준다. 유명 연주자와 오케스트라가 유럽에 많기 때문에 공연 개런티를 대부분 유로로 책정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국내에 초청되는 개별 연주자 중 성악가의 개런티가 가장 높다. 테너, 소프라노, 바리톤 순으로 높은 연주료를 받는다. 현재 최고 수준의 테너 개런티는 6만∼10만 유로(약 7700만∼1억2800만 원)이며 뒤를 이어 소프라노 4만∼5만 유로(약 5100만∼6400만 원), 바리톤 3만∼4만 유로(약 3800만∼5100만 원) 순이다. 오페라에 출연할 경우 테너는 콘서트 개런티의 60∼70% 수준인 회당 3만∼4만 유로를 연주료로 받는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연주료를 받은 테너는 루치아노 파바로티로, 35만∼45만 유로(약 4억5000만∼5억7900만 원)를 받았으며 파바로티와 함께 ‘스리 테너’로 활동했던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는 각각 26만 유로(약 3억3400만 원), 18만 유로(약 2억3100만 원)를 받았다.

톱 클래스 기악 연주자는 3만∼6만 유로(약 3800만∼7700만 원) 선에서 연주료가 형성된다. 가장 비싼 연주료를 받는 기악 연주자로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 첼리스트 요요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9만 유로(약 1억1600만 원) 이상을 줘야 부를 수 있다. 또 거장으로 불리는 지휘자들은 5만∼10만 유로(약 6400만∼1억2800만 원)의 개런티를 줘야 한다. 국내에서 연주한 지휘자 중에는 로린 마젤의 개런티가 회당 11만 유로(약 1억4100만 원)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은 성악보다 기악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 공연 기획자들은 기악 공연이 ‘가성비가 높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제작비가 든 클래식 공연은 지난 2013년 11월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다. 1982년 창단 이후 독일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자리 잡은 베를린필은 1984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함께 처음 내한한 후 2005년, 2008년, 2011년에 이어 2013년에 다섯 번째 한국 무대에 올랐다. 매번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 오케스트라의 2013년 제작비는 23억 원으로 이중 50% 정도가 연주료로 지급됐다. 당시 R석 티켓 가격이 45만 원으로 책정됐다. 베를린필과 함께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초청하려면 17억∼18억 원의 제작비가 들며 올해 초 세계적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첫 내한 공연을 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열콘서트 허바우 오케스트라 등은 12억∼15억 원이 제작비로 소요된다. 올해 처음 한국을 찾은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공연은 4억 원의 제작비가 든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연주자들과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연다. 콘서트홀 좌석 수는 총 2523개로, 가장 좋은 R석과 S석, A석, B석, C석을 나누는 규정이 있다. 5등급을 기준으로 R석 866개, S석 630개, A석 324개, B석 369개, C석 334개다. 보통 대편성 오케스트라는 5등급으로 나누고, 독주회나 실내악은 3등급이 적용되며 국내 연주단체 공연은 4등급으로 티켓을 판다.

지난해 주요 클래식 공연의 평균 R석 가격은 25만 원 정도였다. 티켓 가격은 제작비를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기획사들이 전체 제작비를 티켓 판매로만 뽑지는 않는다. 그럴 경우 티켓 가격이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적절한 가격을 정한 후 나머지는 기업 협찬을 받아 충당한다.

국내 클래식 공연 티켓 가격은 일본보다 30% 정도 비싸다. 한국 공연시장의 1년 매출은 총 5000억 원 정도이며 일본 시장은 2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한일간 클래식 시장 규모도 이정도 차이난다. 국내 클래식 공연은 보통 2회 열리지만 일본에서는 여러 도시를 돌며 5∼10회 공연한다. 그렇기 때문에 티켓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

한 클래식 공연 기획사 대표는 “기획사들의 과당 경쟁이 티켓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10만 유로 선에서 얘기하다 다른 업체에서 20만 유로를 준다고 하면 그쪽으로 간다. 특히 이름이 알려진 유명 연주자나 오케스트라는 경쟁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내에서는 비싼 티켓부터 먼저 팔린다”며 “30만∼40만 원짜리 티켓은 바로 매진되는데 이런 연주회를 ‘된장 공연’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