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유창희 교수의 똑똑한 요리교실>‘탕수육 소스’ 제대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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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전쟁에 패한 중국 청나라에 들어온 영국군과 영국상인들을 위해 만든 음식이 탕수육이다. 평소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하던 영국인들은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려니 불편하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불만이 컸다. 이에 고심하던 청나라 정부는 돼지고기를 길고 큼직하게 썰어 튀긴 후 누구나 좋아하는 맛의 새콤달콤한 소스를 올린 탕수육을 만들어 대접했고 영국인들은 포크로도 쉽게 탕수육을 찍어 먹을 수 있게 됐다.

탕수육은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이며, 조리법으로 보면 걸쭉한 소스를 위에 올리는 류차이(溜菜)요리라 할 수 있다. 류차이란 기름에 튀기거나 찐 재료에 전분(녹말)을 넣어 만든 소스를 끼얹는 중국요리다. 녹두전분, 감자전분, 옥수수전분 등을 사용하는데 중국에서는 주로 녹두전분을 쓴다.

전분을 찬물에 넣고 저어주면 전분입자가 뿌옇게 흩어지는데 이때 가만히 두면 전분입자가 가라앉는다. 이 때문에 전분물(전분과 물의 혼합물)을 가열할 때 저어주지 않으면 눌어붙거나 전분입자끼리 엉키어 덩어리진다. 전분물을 계속 가열하면 점점 투명해지고 걸쭉한 점성을 갖게 되는데, 이를 ‘전분의 호화’라 하고 흔히 ‘익었다’는 표현을 쓴다. 호화된 전분물은 풀처럼 흐름성이 적은 상태가 돼 음식 위에서 보온 효과까지 낸다. 또한 재료에 잘 붙어 있어 주재료와 함께 소스맛을 잘 느끼게 해 준다. 그런 이유에서 덮밥용 소스들에 모두 전분이 들어간다.

탕수육 소스에는 전분, 설탕, 식초, 간장이 들어간다. 물론 서양의 식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광둥식 탕수육의 경우, 케첩을 넣지만 일반적으로는 소금과 간장으로 맛과 향을 낸다. 설탕과 식초는 전분 호화에 크게 영향을 주는 재료다. 설탕은 수분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전분 호화에 관여해야 할 수분을 가로채 간다. 이 때문에 전분이 완전히 호화된 후 넣는 것이 좋다. 산성인 식초는 전분을 가수분해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전분이 호화되기 전에 넣으면 호화를 방해한다. 더욱이 식초는 가열하면 휘발되는 성질이 있어 미리 식초를 넣고 가열하면 소스에서 새콤한 맛도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탕수육 소스를 만들 때는 미리 전분물을 가열하여 완전히 전분이 호화되도록 한 후 설탕, 식초를 넣는 것이 좋다. 양파, 사과, 파인애플, 오이 등의 부재료도 전분 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익혀 첨가하는 것이 좋다.

유창희(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초빙강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