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나무판에 들어있는 고무볼. 고무볼 제작 장인들은 여러 가지 형태의 주물틀을 활용해 다양한 모양의 고무볼을 생산했다.
혁명 부른 ‘고무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초창기에 제작된 고무볼. 딤플이 일정하지 않으며 수작업으로 볼의 표면에 일부러 상처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고무로 골프볼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당시로써는 아주 엉뚱한 발상을 했다. 그는 고무를 골프볼 사이즈만큼 잘라 불에 구운 다음 책상에 놓고 이리저리 굴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고무는 동그란 형태가 됐고 단단하게 굳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무볼을 제작할 때 사용했던 쇠로 된 주물틀. 끓는 물에 녹인 고무 원료를 주물에 넣어 식히면 주물 모양에 맞춰 딤플 고무볼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고무볼은 ‘혁명’이었다. 골퍼들은 멀리 날아가는 것에 매료됐다. 게다가 저렴했다. 가죽볼 1개 가격으로 고무볼 6개 이상을 살 수 있었다. 너도나도 고무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고무볼이 보급되면서 그에 맞춰 클럽도 변화했다. 가죽볼의 반발력에 맞추기 위해 길게 제작된 롱 노즈 헤드 부분은 고무볼에 맞추기 위해 뭉툭해졌다. 물푸레나무 같은 무거운 샤프트에 긴 코를 닮은 롱 노즈 골프채가 가벼운 히커리나무에 원형 형태의 오목한 헤드 골프채로 바뀌게 됐다. 클럽의 진화까지도 이루어졌던 것이다.
가죽볼이 비싼 탓에 골프할 엄두를 못 내던 서민들은 골프채를 집어들었고, 골프는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골프채를 만드는 장인들 사이에서 프로골퍼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프로골퍼들은 내기 골프로 돈을 벌었다. 고무볼은 페더리 가죽볼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고무볼은 찢어지지 않고, 가격이 저렴했다. 가죽볼과 달리 젖지 않기에 페인트를 칠하지 않아도 됐다. 고무볼의 탄생으로 명암이 엇갈렸다. 고무볼에 재빨리 적응한 장인들은 프로선수가 됐지만, 페더리볼을 고집한 장인들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골프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고무볼은 그러나 세상에 나온 지 불과 50년 만에 갑자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늘날의 골프볼 형태를 지닌 ‘코어볼’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1898년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치과의사 코번 하스켈은 고무볼보다 더 멀리 날아가는 볼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그리고 고무의 안쪽 중심에 ‘러버 코어’라는 기본적인 심을 넣고, 실밥을 지속적으로 동여맨 뒤 겉을 씌운 원피스 코어 방식의 볼을 만들었다. 테스트 결과 원피스 볼은 고무볼보다 더 멀리 나가면서도 반발력이 크지 않아 해저드에 볼이 빠지는 확률이 적다는 게 증명됐다. 골퍼들이 21세기 5피스 첨단 볼의 시초가 된 코어볼을 애용하면서 고무볼은 설 자리를 잃었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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