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대 구내식당 1000원 식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회사 ‘데브시스터즈’ 구내식당
- ‘가격까지 맛있는’ 학생식당·구내식당
서울대, 학교 지원에 적자 메워
기업들, 복지 차원서 메뉴 신경
한식·양식·중식 다양하게 준비
요리사·바리스타가 식단 제공도
우리는 매일 ‘밥’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직장인들은 무슨 점심을 먹을지, 청춘들은 어떻게 한 끼를 때울지, 어머니들은 무엇으로 저녁상을 차릴지 매일 고뇌한다. 맛과 돈 그리고 시간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밥 한 끼는 그래서 더 소중하고 든든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장인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고민이 줄어드는 추세다. 구내식당과 학생식당이 충분히 소중한 한 끼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먹을 만한 1000원 식사부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양식요리까지 모두 학교와 기업이 내놓은 밥이다.
◇ 힘든 청춘들의 따뜻한 집밥…서울대 1000원 식사, 서울 동작경찰서 구내식당= “수업은 오후에 있지만 아침밥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 일부러 학교에 일찍 옵니다.”
지난 4일 서울대 학생식당에서 만난 권정욱(21·화학과) 씨는 매일 오전 7시 50분쯤 학생식당에 와 줄을 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권 씨를 비롯해 30여 명의 학생이 배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치의예과에 재학 중인 김모(23) 씨는 “원래 자취방에서 간단히 아침밥을 해결했는데 1000원 식사가 부담도 적고 맛도 있어 일부러 학교에 와서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서울대는 학생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아침 식사 가격을 17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렸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자 올 3월부터는 저녁 식사도 1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올 3월 한 달 동안 1000원 식사를 이용한 사람은 아침 695명, 저녁 722명. 1000원 식사를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3월 한 달간 아침은 372명, 저녁은 316명이 이용한 것을 비교했을 때 각 2배가량 증가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에서 학생 1명당 식사 지원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적자를 메울 수 있다”며 “김치와 고춧가루를 모두 국내산으로 사용하는 등 맛있고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량진 고시족들은 집밥이 그리울 때면 노량진역 맞은편에 있는 서울 동작경찰서로 향한다. 4일 낮 12시 동작경찰서 구내식당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유민희(여·25) 씨는 “4000원에 불고기 반찬과 따뜻한 국물이 있는 집밥 같은 밥을 먹기 쉽지 않다”며 “일주일에 2~3번 온다”고 말했다. 교원임용고시생 김지연(여·24) 씨도 “저렴한 가격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 직원 건강이 곧 회사 동력… 한식·양식·중식 종류별로 제공 = 바쁜 업무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는 점심시간에 먹는 맛있고 질 좋은 식사는 일의 능률을 높여준다. 직원 복지 향상이 곧 업무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구내 식단에 신경 쓰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점심시간에 10가지 이상의 메뉴를 무료로 제공한다. 최근 외국인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인도 음식, 러시아 음식 등 다양한 현지식도 제공한다. 아침에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과 베이컨, 샐러드 등도 준비돼 있고 라면과 김밥 등 분식류도 먹을 수 있다.
게임개발 업체 엔씨소프트는 직원들의 선호에 맞게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마다 무료로 밥·면·햄버거·분식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공한다. 업무가 많은 직원을 위해 김밥, 샌드위치 같은 테이크아웃 메뉴도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식사약속이 있는 사람 빼고는 대부분 회사 식당을 이용한다”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모바일 게임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 구내식당에서는 최고급 레스토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조리경력 10년 이상의 요리사 3명과 바리스타 1명이 아침·점심·저녁별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기업별로 구내식당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단체급식 전문기업 역시 다양한 메뉴 개발에 공을 들인다. CJ프레시웨이는 2013년부터 매주 수요일을 ‘프레시데이’로 정해 특별식을 제공한다. 저염 청국장 등 자극적이지 않은 식단을 비롯해 제주 유채나물, 붉은 짜장면 등 신선하고 새로운 요리가 주요 인기 메뉴다. CJ프레시웨이 FS마케팅팀 윤미현(여·38) 셰프는 “매일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 직장인들이 지겹지 않도록 항상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 구내식당별로 맛 달라…더 맛있는 식당으로 원정 가기도 = 환경부·국토교통부 등이 있는 정부세종청사는 3500원에 백반을, 6000원에 설렁탕·갈비탕 등의 특식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 원정을 떠나는 공무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15동으로 구성돼 있는 정부세종청사는 보통 한 동에서 다른 동으로 이동하는 데 5~10분이 걸리지만 더 맛좋은 음식이 제공되는 동에서 먹기 위해 원정을 가는 것이다.
공무원 A(여·30) 씨는 “같은 정부세종청사라도 각 구내식당마다 식자재 납품 업체가 다르고 조리장 요리 실력도 차이가 나 맛도 다르다”며 “똑같은 3500원을 내고 좀 더 맛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박효목·손고운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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