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반성커녕 자중지란… ‘黨權 장악’ 구상 차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후퇴?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친박계 후보는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최경환 의원. 연합뉴스

與 원내대표 경선 내홍

‘최경환 당 대표’ 노리고
원내대표 비박에 양보

靑, 반발하는 유기준에
전례없는 고강도 비판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만류에도 유기준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자, 최 의원과 청와대는 28일 “유 의원은 친박 단일 후보가 아니다”라고 공식 반박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친박계 핵심이 총선 직후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보다는 차기 당권에 초점을 맞추고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원내대표를 차지할 경우 당 대표 경선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경환의 만류와 유기준의 출마 = 최 의원은 27일 유 의원과 또 다른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홍문종 의원과 3자 회동을 했다.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유·홍 의원에게 원내대표 불출마를 권유했다. 홍 의원은 이에 동의했지만, 유 의원은 출마 의지를 꺾지 않았다.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유 의원에게 “출마는 자유지만 개인 자격”이라며 “친박 후보가 나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날 모임은 친박계의 원내대표 후보 ‘교통정리’인 것으로 해석됐다. 홍 의원은 만남이 끝난 후 언론에 “유 의원이 꼭 나가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조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28일 “나는 한 번도 내가 친박 단일 후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유 의원이 친박계 내부 논의를 통해 ‘친박 단일 후보’로 결정된 것처럼 알리고 다녔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어제(27일) 모임에서 유 의원이 친박 후보가 아니라고 했고, 논의를 계속 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유 의원이 친박 단일 후보로 추대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 의원은 설득이 안 돼서 출마하겠다고 하는데 출마의 자유까지 막을 수는 없다”면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계의 단일 후보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의원은 또 “현재로서는 계속 유 의원이 출마하지 않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날 유 의원을 고강도로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 의원이 친박 단일 후보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의 진의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친박들이 스스로 대통령을 계파 수장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을 팔아서 한자리하려는 것으로 매우 불쾌하다”며 거친 용어를 동원하기도 했다.

◇자중지란 배경 = 친박계는 총선 전부터 ‘최경환 당 대표, 서청원 국회의장’ 구도로 박근혜정부 하반기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총선에서 참패하자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더욱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당권 장악에 더욱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원내대표 선거를 비박(비박근혜)에 내주고 그 명분으로 당 대표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 측에서도 유승민 의원과 같은 사람만 아니라면 비박계 원내대표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이 원내대표를 한다면 7월이나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친박이 당권을 잡는 데 명분이 생길 수 있다. 비박과 친박이 권력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최근 들어 새누리당 내에서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분리해 비대위원장 체제를 상당 기간 끌고 가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친박계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 책임론이 다소 누그러질 시간을 번 뒤 친박계가 당 대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당대회 시기는 다소 미뤄질 수 있다.

하지만 유기준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나오고 ‘친박 단일 후보’까지 내세우면 친박계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 의원과 청와대가 유 의원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최 의원의 발언이 나온 이후에도 출마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유 의원은 “최 의원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지금 계파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야당과 협치해서 의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 원내대표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다만 “출마는 금명간 결정하겠다”고 말해 불출마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김병채·박세희·김만용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