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19세기 값싼 히커리 대량 수입… 가공 힘든 물푸레 샤프트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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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유행했던 캔버스로 제작된 골프백들. 클럽을 담기에는 충분한 크기였지만 천이 약해 곧잘 찢어지는 폐단이 있었다. 그나마 오른쪽 마지막 백은 위, 아래 바닥에 양철로 테두리를 둘러 튼튼하게 제작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런던에서 광고용으로 제작된 그림. 하프 코트에 히커리 골프채와 백을 든 모습이 당시의 전형적인 멋쟁이들을 묘사했다.

나무 골프채 변천史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던 나무 골프채에는 어떤 비밀이 있었을까. 헤드는 견고한 사과나무, 가시나무 등에 샤프트는 물푸레나무, 녹심목 등 드라이버에서 퍼터까지 모두 무겁고 단단한 나무였다. 18세기 말부터 골프의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가볍고 만들기 쉬운 호두나무(히커리)가 골프채를 대신하게 된다. 17세기까지 다루기 힘들었던 물푸레나무 등을 써야만 했던 이유는 히커리가 스코틀랜드에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9세기가 넘어서야 골프가 북미 대륙으로 퍼지고, 비로소 캐나다에서 히커리를 수입할 수 있었다. 값도 싸고 재질도 스코틀랜드산보다 더 좋았다. 곧 히커리는 모든 골프채의 샤프트를 대신했고,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대부분의 골동품 클럽을 히커리 클럽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됐다.

샤프트가 히커리로 바뀌는 것과 때를 맞춰서 헤드 역시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길쭉한 바나나 모양의 롱 노즈(long nose) 헤드가 어느 순간부터 사과처럼 뭉툭하게 변했다. 1948년에 발명된 구타페르카(Gutta-Percha)라는 새로운 볼의 발명이 클럽의 변천을 가져왔던 것. 롱 노즈는 페더리 볼을 치기에 적합했지만, 고무 볼의 반발력을 높이기 위해 헤드를 뭉툭하게 만들어야 했다.

17세기까지만 해도 클럽은 6∼7자루 정도가 한 세트였다. 볼의 변화는 우드 위주의 클럽도 변화시켰다. 쇠로 만든 아이언으로 때려도 손상이 가지 않고 오히려 흠집이 난 고무 볼이 더 멀리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너도나도 아이언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덧 골프채는 우드로만 구성된 세트에서 아이언까지 가세해 19세기 말에는 5자루의 히커리 우드와 탈출용 아이언 등이 합쳐져 8자루 내지 9자루에 이르는 혼합된 세트로 바뀌고 있었다.

장인들은 장삿속도 있었지만, 상황에 맞는 다양한 클럽을 앞다퉈 생산하기 시작했다. 드라이버를 파 3, 파 4, 파 5용으로 세분됐다. 또 마차 바퀴에 빠진 해저드용, 물속에서의 탈출용 등 나누어서 많게는 무려 22자루를 한 세트로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골퍼들도 있었다. 대회에 참가하면서도 골퍼마다 들고 나오는 세트의 숫자가 다르니 시시비비가 발생한 것은 당연했다.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불평이 끊이질 않자 급기야 영국 왕실골프협회(R &A)가 나서 클럽 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1939년 R&A는 ‘클럽의 한 세트는 14자루이며 대회 참가 선수들은 14자루의 골프채만 허용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21세기 현재까지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14자루로 통일되기 직전의 클럽 한 세트는 각자의 이름이 있었다. 1번 우드는 드라이버였고, 2번 우드는 브래시(Brassie), 3번 우드는 스푼(Spoon), 4번 우드는 바피(Baffie)라 불렀다. 아이언은 1번이 드라이빙 아이언, 2번-클릭(Cleek), 3번-미드 매시(Mid Mashie), 4번-매시 아이언(Mashie Iron), 혹은 지거(Zigger), 5번-매시(Mashie), 6번-스페이드 매시(Spade Mashie), 7번-매시 니블릭(Mashie Niblick), 8번-로프팅 아이언(Lofting Iron), 9번-니블릭(Niblick),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퍼터(Putter)로 명명됐었다.

오늘날 프로 골퍼들의 백을 살펴보면 클럽의 용도와 시대에 따라 약간의 변화만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의 우드 4∼5자루 대신 현재는 드라이버와 3번 우드, 그리고 5번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아이언에서는 큰 변화를 보여, 드라이빙 아이언인 1번과 2번, 혹은 3번까지도 없어진 대신 아래쪽의 웨지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이 승리의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많게는 피칭, 갭, 샌드, 60도의 로브 등 무려 웨지만 4자루를 사용하는 골퍼도 있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