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병대 훈련까지 막은 제주 강정마을 주민의 反이성

안보 국책사업인 제주 민군복합항 건설의 발목을 잡았던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병대 훈련까지 막은 것은 반(反)이성적 일탈이다. 주민들은 지난달 28일 ‘제주 해군기지’로도 불리는 복합항 방호훈련 과정에 마을을 지나는 해병 트럭을 막고 “왜 마을까지 총 들고 나오냐” 운운했다고 한다. 봉변한 해병 제9여단 장병 8명은 출동한 경찰이 주민을 해산시킨 뒤에야 가던 길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 측은 “군인들이 차량 전면과 좌우에서 총을 겨누면서 이동하니까 막은 것”이라며 “부대 측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나 양해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군 제주기지전대와 해병대 측은 29일 “훈련 중에 사방을 감시하는 사주경계는 당연하고, 행정 기관에 미리 공문을 보내 홍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설령 훈련 공지가 주민들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적 침투를 차단하고 항만을 방호하기 위한 훈련’을 막은 행위가 정당할 순 없다.

시민단체 일각이 합세한 주민의 극렬한 반대로, 복합항 공사는 사업 착수 10년 만인 지난 2월 26일에야 준공식이 열렸다. 훈련 방해 당일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을 포함한 5개 단체 120여 명을 상대로, 공사 지연 손해 275억 원 중 34억 원에 대한 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한 배경도 달리 있지 않다. 그 취지대로 불법 행위는 반드시 민·형사 책임 모두 물어야 한다. 주민들은 해군의 소송 취하를 위해 정치권이 나설 것을 요구하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 거듭돼온 불법 행위에 대한 응분의 책임에서 강정마을 주민이 예외일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