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정치가 망친 면세점, 市場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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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제19대 국회는 큰 오점을 남겼다. 멀쩡히 사업 잘하고 있는 면세점 두 곳이 문을 닫게 했으니 말이다. 이 두 곳은 2200명 근로자의 일자리였고 연간 7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곳이었다.

국회가 그렇게 과격한 조치를 했던 것은, 대기업이 면세점으로 돈을 잘 버는 것이 특혜 덕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런 조치를 어처구니없어한다.

원래 면세점은 술이나 담배, 기념품 정도를 파는 가게였다. 그러던 것을 지금처럼 명품점 위주의 대규모 점포로 만들어낸 주역은 한국의 몇몇 대기업이었다. 혁신과 모험적 투자를 통해 독특한 형태의 한국적 면세점을 창조해 냈다.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한국으로 관광을 오는 가장 큰 이유가 면세점 쇼핑인 시대가 됐을 정도다. 그런 사업을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억지로 문을 닫게 한 것이다.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이를 바로 잡고자 한 건 불행 중 다행이다. 3월의 경제장관 회의에서는 면세점 제도를 다시 개선하겠다고 했다. 관세청도 지난 금요일에 곧 네 곳의 새로운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마도 지난 번에 문을 닫게 만든 두 곳을 되살리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국회다. 제20대 국회가 과연 여기에 협조할지 의문이다. 또, 추가 선정 때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릴 텐데, 그 새 두 면세점이 여태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신용, 인적 자원들이 다 흩어져 버릴까 걱정이다.

기왕 제도를 개선하는 김에 근본적인 변화를 제안해 본다. 지금은 신청을 받아 심사를 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특혜 시비가 일고 잡음이 따른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면세점을 낼 수 있도록 틀을 바꾸면 어떨까.

사후면세점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사후면세점이란 관광객들이 물건을 구입한 후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게 해주는 면세점인데, 관할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점포를 낼 수 있다.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 시장, 신촌 등지에 많이 서 있는 관광버스들은 대부분 사후면세점에 손님을 내려주고 대기하는 차들이다.

갈등의 진원지가 돼 있는 것은 사전면세점이다. 사후면세점과는 달리 사전면세점은 특허로 운영되며 사업자의 숫자를 엄격히 제한해왔다. 면세품을 내국 소비자 대상의 국내 시장으로 유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 사전면세점 허가를 그런 식으로 해 온 명분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위법 사실이 적발될 경우 엄격히 사후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면세품 국내시장 유출 여부에 대한 감시 비용을 특허 수수료로 업체들에 부담시키면 될 것이다.

면세점 사업 진입이 쉬워질 경우 과당 경쟁으로 모두가 공멸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그것 때문에 공멸할 면세점이라면 허가를 반납하길 바란다. 면세점은 이미 국제 경쟁 시대로 들어섰다. 일본은 한국을 본떠 시내면세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중국도 자국 관광객의 쇼핑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 입국장 면세점을 19개나 허가해줬다. 한국의 면세점 숫자가 줄면 중국과 일본 또는 다른 나라의 면세점이 늘어날 것이다. 면세점에 글로벌 경쟁은 주어진 운명이다.

면세점에서의 성공은 낙후된 한국의 유통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시킬 좋은 본보기다. 안타깝게도 19대 국회는 질투와 오해로 성공의 주역들을 퇴출시켜 버렸다. 국회 때문에 회사 문을 닫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