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트럼프 리스크’… 한국외교 비상

안보동맹·북핵문제 등
기존정책 뒤흔드는 발언
한국인맥도 사실상 전무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세론 점화에 따라 국내 외교·안보 라인에 비상이 걸렸다. 한미동맹·북한 문제 등 ‘외교·안보 리스크’가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지금까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뒤흔드는 주장을 공공연히 해온 데다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달리 한국과의 인맥이 전무 하다시피 하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트럼프의 외교·안보 구상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가 한미 ‘안보 동맹’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달 첫 공식 외교정책 연설에서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동맹국들이 적정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스스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며 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가 그동안 한국을 겨냥,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한미동맹의 안정적 유지와 관련,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외교 당국자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주한미군 철수까지는 아니어도 방위비 분담금 등에 있어 한국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채찍과 당근 모두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클린턴과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미치광이’로 표현하고 대화보다는 대북 압박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무역 영향력을 사용해 중국의 대북 압박을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혔다.

외교부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대비해 국무장관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주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정보 수집과 분석을 서두르고 있다. 워싱턴의 주미 대사관도 트럼프 당선 시 국무장관 1순위로 꼽히는 트럼프 캠프 외교·안보 좌장 제프 세션스(공화·앨라배마) 상원의원과의 연락선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미 대선 후보들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각 선거 진영과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국무부·국방부·상무부 등 한국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는 부처에 차관보급 이상 직위로 갈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