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왜 姓 다르죠?”…아이도 위탁부모도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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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위탁보호제 13년… 제도 곳곳 ‘구멍’

위탁부모 법적 지위 불확실
각종 공문서 발급에도 제한
“친권 일시정지 등 대책 필요”

정부 예산 年12억으로 감소
양육보조금 月12만원 ‘빠듯’

“아이가 ‘너는 아빠랑 성이 다르니까 친아빠가 따로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걸 알고 가슴이 미어졌어요.”

안미애(여·49) 씨는 지난 2007년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만난 김성민(가명·당시 4세) 양을 10년째 가정위탁보호 아동으로 맡아 기르고 있다. 안 씨는 3일 김 양을 친자식인 고교생 딸, 중학생 아들과 똑같이 키우고 싶은데 가정위탁보호제도의 한계 때문에 힘든 점이 많다며 눈물을 삼켰다. 지난 2003년 도입된 ‘가정위탁보호제도’는 아동복지법상 부모의 학대, 빈곤 등으로 친가정에서 기를 수 없는 아이에게 일정 기간 위탁가정을 제공해 보호 및 양육하는 아동복지서비스다. 일반 가정에서 자라게 한다는 점에서 보육시설과 다르고, 양육자의 호적에 아이를 올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입양과도 다르다. 가정위탁보호 아동은 2003년 7565명에서 2014년 1만4376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13년이 흐른 지금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게 위탁부모들의 하소연이다. 김 양의 친모는 아이를 꽃동네에 두고 간 이후 한 번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친부모의 친권이 유지되는 민법 때문에 위탁부모가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도 제약이 많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구청, 은행을 거치며 김 양 명의로 은행계좌 하나 만드는 데 두 달이 걸렸다.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관계자는 “위탁 청소년이 입시과정에서 대학이 요구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해 떨어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안 씨가 가장 속상했던 건 얼마 전 김 양이 다니는 특수학교 담임교사에게 고민 상담을 했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안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참가한 영어캠프에서 친구들에게 ‘나는 김성민이고 우리 아버지는 이영재(가명)야’라고 소개했더니, 친구들이 ‘왜 아버지랑 성씨가 다르냐. 친아버지가 따로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 모양이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아동복지학회장인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친권을 일시적으로 정지하거나 후견인 선임을 통해 친권의 공백을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 씨는 3월 말부터 서울가정법원에 후견인 선임 청구 절차를 밟고 있다. 위탁 부모가 아이의 후견인이 되겠다고 청구한 건 처음이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비도 위탁부모들의 고민이다. 위탁부모는 월 12만 원의 가정위탁 양육보조금을 받는다. 위탁아동이 기초생활수급자면 생계유지비로 월 40만 원 정도가 더해진다. 정부의 가정위탁지원운영 예산은 2003년 49억4200만 원에서 2014년 12억3200만 원으로 급감했고, 3년째 제자리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