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10.17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글로벌 에세이 게재 일자 : 2016년 05월 04일(水)
‘無國籍者’ 이승만 전 대통령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이승만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뤼시 호텔의 현재 모습.
최경림 / 駐제네바대사, 유엔인권이사회 의장

스위스 제네바를 가로지르고 있는 레만 호수 남단에서 북단으로 이어진 몽블랑 다리를 건너다보면 처음으로 마주 보이는 건물이 예전에 뤼시 호텔이 있던 자리이다.

이곳은 1933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임시정부의 대표 자격으로 수개월 머무르면서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을 상대로 일본의 한반도 지배의 부당성과 대한민국의 독립 필요성을 설파했던 역사적 장소이다. 아울러 당시 우리 나이로 환갑에 가깝던 이 전 대통령이 30대 초반의 오스트리아 여성인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를 처음으로 만난 곳이기도 하다. 매일 이 앞을 지나다니는 필자에게 드는 생각은 이러한 세기의 로맨스보다도 망국(亡國)의 외교관에 대한 깊은 연민이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으로서 기세등등하던 일본을 홀로 상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비애를 더하는 것은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무국적자였다는 점이다. 일제가 1912년 ‘조선민사령’을 공포해 호적제도를 도입하자 많은 독립운동가가 등록을 거부하고 무국적자를 자처했다. 추후 활동상 편의 등을 이유로 김구 선생이 중국 국적을, 안창호·서재필 선생 등이 미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조국이 없는데 무슨 국적이냐’면서 계속 무국적자로 남아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미국 시민권을 따라는 미국 정부의 권유를 뿌리치는 대신 미국에서 비정규 여권을 발급받았는데, 국경을 넘을 때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무국적자 문제는 80여 년이 지난 2016년 현재에도 제네바에서 뜨겁게 논의되는 문제 중 하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1000만 명의 무국적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국적자는 국적법상 충돌, 정치적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어딘가에 속할 권리(right to belong)’를 거부당한 이들은 여권이나 투표권도 없고, 교육이나 의료의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 자유로운 이동이나 합법적인 고용도 이들에게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상당기간 무국적자 신세를 경험한 정치철학자 해나 아렌트는 “무국적자는 권리를 가질 권리조차 없는 사람들이다”면서 무국적자의 비참함을 설명한 바 있다.

유엔도 인권 차원에서 무국적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2014년 유엔은 ‘1954년 무국적자의 지위에 관한 협약’ 채택 60주년을 기념해 2024년까지 전세계 모든 무국적자에게 국적을 부여하자는 ‘나는 소속돼 있다(I belong)’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으로는 약 180명의 무국적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무국적자들의 특성상 파악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무국적 아동들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도 인권과 사회 안정 측면에서 무국적자 문제를 인식, 무국적 아동들의 경우 일정한 조건하에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한 상황이다. 그러나 멀쩡히 살아 숨 쉬면서도 투명인간처럼 살아야 하는 이들의 삶이 얼마나 신산할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국적자 문제는 현행 국적법상 규정이나 국민적 정서 등으로 인해 당장 해결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보면 어떨까. 무국적 아동 문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모든 아동은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고, 세계인권선언, 국제인권협약 등 인권규범들은 아동의 인권 보호를 최우선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무국적 아동 문제 해결도 좋고, 다른 나라의 무국적자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것도 좋다.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2016년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오늘 제네바에서 83년 전의 한 무국적(無國籍) 외교관을 떠올리며 드는 생각들이다.


◇최경림(59) △제16회 외무고시 △주미국2등서기관 △주제네바1등서기관 △세계무역기구과장 △주제네바참사관 △자유무역협정제1교섭관 △자유무역협정정책국장 △주브라질대사 △자유무역협정교섭대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주제네바대사
[ 많이 본 기사 ]
▶ “전국노래자랑 후임은…”, 후임설에 입장 밝힌 송해
▶ ‘부부관계 소원해졌다’ 불 지른 50대 여성…집행유예
▶ “아빠 어딨어?”…30대 가장 모더나 접종 하루 만에 사망
▶ “여학생 스타킹 男교사에 성욕 일으켜” 발언 대법까지 간..
▶ 이혜영 “너무 센 거 아니야?”…돌발 행동에 화들짝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여학생 스타킹 男교사에 성욕 일으..
김천 상무, K리그2 우승…강등 1시즌..
검찰, 대장동 특혜·로비 넘어 위례신도..
인천경찰청 소속 30대 경찰관 투신 사..
4명이 한 홀 마치는데 24.75초…기네..
topnew_title
topnews_photo 국내 최장수 MC 송해가 ‘전국 노래자랑’ 후계자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송해는 17일 방송된 KBS 1TV ‘전국 노래자랑’ 오프닝에서 “후계..
mark‘강남 3억’ 서울 반값아파트 가속도…주민반발 어쩌나
mark윤석열·박근혜의 ‘反이재명 연대’
통근열차서 다른 승객 보는 가운데 성폭행 발생 ‘충..
‘부부관계 소원해졌다’ 불 지른 50대 여성…집행유..
월요일 초겨울 추위 속 낮부터 전국 곳곳 비 소식
line
special news 이혜영 “너무 센 거 아니야?”…돌발 행동에 화들..
‘돌싱글즈2’에서 4MC가 첫 회부터 펼쳐지는 돌싱남녀 8인의 돌발 행동에 경악하는 현장이 포착됐다.17일..

line
野, 이재명 참석 대장동 국감 하루 앞두고 총공세
“아빠 어딨어?”…30대 가장 모더나 접종 하루 만에..
윤석열·홍준표 몸집불리기 경쟁…유승민·원희룡 추..
photo_news
‘아름다운 악녀’·‘김약국의 딸들’ 톱스타…최지..
photo_news
“오징어게임 가치는 1조원…253억원 투자한 넷..
line

illust
피아니스트 이혁 ‘쇼팽 콩쿠르’ 결선 진출…2015년 이어 또 韓..

illust
‘오징어게임’ 오영수,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가슴 뭉..
topnew_title
number “여학생 스타킹 男교사에 성욕 일으켜” 발언..
김천 상무, K리그2 우승…강등 1시즌 만에 ..
검찰, 대장동 특혜·로비 넘어 위례신도시 사..
인천경찰청 소속 30대 경찰관 투신 사망…동..
hot_photo
‘26세 싱글맘’ 배수진, 링거는 왜..
hot_photo
피트니스 SNS 슈퍼스타, 완벽한..
hot_photo
‘몸짱 달력’ 낸 고대생들…코시국..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