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文, 결국 ‘물과 기름’…111일만에 ‘不可近’ 확인

총선 승리 위해 의기투합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8월 말∼9월 초로 연기하면서 김종인 대표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 간 갈등이 봉합됐지만 4·13 총선 승리를 위해 공생했던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대선까지 힘을 모을 것으로 예상됐던 두 사람은 이번 일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김 대표는 정치를 떠나 인간과 정직, 신뢰를 중시하는 분”이라며 “이것이 무너진 상황에서 강한 시너지 효과는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호남의 패배와 김종인이랑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문 전 대표 측의 공격에 서글픔을 느끼셨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지난 1월 15일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 두 사람은 111일간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고, 호남 참패론을 놓고 김 대표와 친문그룹이 충돌했다.

문 전 대표 측에선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 대표가 돌아선 것에 대해 아쉽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 측근들이 “김 대표가 당에 남아서 역할을 해줬으며 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급한 마음에 너무 일찍 카드를 써버렸다. 이제 남은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당선인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김종인 박사님의 역할이 끝나게 되면 더민주는 또다시 친노당이라는 그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별 수순은 대선까지 문 전 대표와 김 대표가 같이 가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시키며 모두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평가가 많다. 문 전 대표는 대선 주자가 되기 위해 중도층을 껴안고, 약하다고 평가받는 경제 분야를 강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 대표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김 대표도 전권을 행사했던 이전과 달리 당내 입지가 줄었다. “대선주자들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그의 뜻을 실현하기에는 현재 남은 기간이 촉박하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