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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6년 05월 11일(水)
중력파 검출 원리로… ‘멀리서보면 나도 송중기’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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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과학 이야기 - ⑬ ‘하이브리드 이미지’의 비밀

나도 멀리서 보면 송중기랑 닮았다. 거짓말이라고? 옆 사진을 보시라.

지면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옆의 큰 사진(1)을 바로 코앞에 놓고 쳐다보고, 온라인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이 사진을 크게 해서 보면 된다. 사진을 보면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얼굴이 보인다. 자, 다음에는 이제 같은 사진을 멀리서 보거나, 지면의 작은 사진(2)을 보시라. 혹은 컴퓨터 화면이라면 크기를 줄여서 보시라. 근시라서 안경을 쓰고 계신 분은 더 편하다. 같은 거리에서 안경만 벗고 보면 된다. 짜잔, 이제 필자의 얼굴은 사라지고 누구나 ‘태양의 후예’ 송중기의 잘생긴 얼굴을 본다. 거짓말이 아니라니까. 필자도 멀리서 보면 송중기다. 이렇게 두 사진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잘 합성하면,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보이는 모습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hybrid image’로 검색하면 여러 재미있는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웃는 모습과 우는 모습으로 같은 사람이 거리에 따라 표정이 달라 보이는 사진도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아인슈타인과 메릴린 먼로의 합성 사진이다. 이 합성 사진을 크게 늘려 보거나 가까이서 보면(3) 누구나 콧수염 기른 아인슈타인을 본다. 이번에는 사진을 줄여서 작게 보거나 또는 멀리서 보면(4), 또 누구나 메릴린 먼로의 얼굴을 본다. 필자가 만들어본 송중기와의 합성 사진도 같은 원리로 만든 거다.

사실 이렇게 재밌는 합성사진을 만드는 방법이 바로 이번 중력파검출에 이용된 방법과 상당히 비슷한 거다. 정말로 미약한 중력파의 신호를 검출하려면 온갖 종류의 다양한 잡음들을 걸러내야(필터링)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수학적인 방법들이 있다.(중력파 검출의 신호처리 방법에 대해서는 ‘사이언스 온’에 실린 윤복원 박사의 좋은 글을 참고할 것)

예를 들어 보자. 악기가 도, 미, 솔의 세음을 동시에 내고 있다고 할 때, 도의 소리만 크기를 줄여서 미와 솔만 크게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 미, 그리고 솔에 해당하는 음은 각각 특정한 진동수를 가진다. 도는 약 262㎐, 미는 약 330㎐, 그리고 솔은 약 392㎐인데, 도에 해당하는 소리의 파동은 1초에 262번 주기적으로 진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으뜸화음인 도, 미, 솔을 함께 들으면 우리 귀가 ‘조화’롭게 듣는 이유도 사실 수학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도:미:솔의 진동수의 비가 거의 4:5:6으로 간단한 정수비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간단한 정수비 1:2가 되는 두 음이 당연히 가장 조화롭게 들리는데, 이 두 음은 옥타브만 다르지 정확히 같은 음정을 갖는다.

따라서 262㎐의 두 배인 524㎐는 한 옥타브 위의 도 음이고, 절반인 131㎐는 한 옥타브 아래의 도 음이다. 다른 아무런 음도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음정은 깨끗한 사인(sin)함수를 따라 시간에 따라 부드럽게 변하는 파동의 형태다.

악기가 도, 미, 솔의 음을 함께 내고 있다면, 진동수가 다른 세 개의 파동이 동시에 존재해 좀 더 복잡한 모양이 된다. 도, 미, 솔이 함께 있는 파동을 도의 파동, 미의 파동, 그리고 솔의 파동의 세 성분의 합으로 나누어 표현하는 잘 알려진 (퓨리에변환이라 불리는) 수학적인 방법이 있다.

이렇게 일단 전체를 셋으로 나눠서 세 항의 합의 꼴로 표시할 수 있으면 도에 해당하는 항만 쉽게 없앨 수 있다. 미와 솔의 두 항만 가지고 있는 파동을 소리로 바꿔 들려주면, 이제 듣는 사람은 미와 솔만 듣게 된다. 바로 이 방법이 중력파 신호 검출에도 이용된 거다.

중력파 검출 장치에서 측정된 처음의 파동에는 실제 중력파에 해당하는 파동뿐 아니라, 다양한 진동수를 가지는 온갖 잡음들도 함께 섞여 있기 마련이다. 중력파의 신호는 워낙 작고 미세해서 사실 관측된 파동에서는 잡음이 어마어마하게 훨씬 더 크고, 들어야 하는 소리에 해당하는 중력파는 엄청난 잡음 속에 묻혀있는 거다. 그냥 들어서는 어느 누구도 도저히 중력파의 신호를 알아챌 수 없다.

이럴 때는, 원래의 파동을 앞에서 이야기한 퓨리에변환이라는 수학적인 과정을 통해서 각 진동수 별로 나눠 합으로 풀어 적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일단 이렇게 전체를 진동수 별로 나눠 여러 진동수를 가지는 성분들의 합으로 적을 수 있다면, 중력파 신호가 아닌 잡음에 해당하는 진동수를 가지는 파동 성분들을 하나씩 지워가는 거다.

이번 중력파 검출에서 정말로 필자가 놀란 부분이 바로 이 엄청난 잡음제거 기술이었다. 바닷가에 있는 엄청난 수의 모래알 안에 살짝 숨겨져 있는 모래알 하나보다도 훨씬 더 작은 보석을 찾는 것을 상상해 보면 된다. 그 수많은 작은 모래알을 하나씩 하나씩 체계적으로 체로 걸러내듯 지워나가, 결국 마지막에 남아있는 보석인 중력파를 본 거다.

전체 파동을 나눠 여러 진동수를 가진 개별 파동들의 합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이용해 소음을 줄이기도 하지만, 요즈음 고가의 헤드폰은 이와는 다른 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소음 상쇄(noise canceling)헤드폰의 원리도 상당히 흥미롭다.

헤드폰 밖의 소음을 일단 녹음한 다음에, 헤드폰 안에 녹음한 소음을 틀어주는 거다. 언뜻 생각하면 소음이 오히려 커질 것으로 짐작하겠지만 잘만 조절하면 헤드폰 안의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바로, 소음이 가지고 있는 파동을 헤드폰 안에서 틀 때 파동의 위와 아래를 뒤집어서 트는 거다.

외부의 소음이 가진 파동이 +1의 값을 갖는 순간에 헤드폰 내에 같은 소음을 틀 때는 뒤집어 -1의 값이 되도록 하는 거다. 소리는 파동이라서 외부의 소음인 +1과 헤드폰 안에서 뒤집어서 튼 -1의 값이 동시에 귀에 도달하면 서로 상쇄되어 0이 된다는 것을 이용한다.

이 소음 상쇄 방법은 이미 고급 자동차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소음을 녹음해 틀어서 들리는 소음을 줄이는 재밌는 방법이다. 물론 녹음된 소음을 틀 때는 위아래를 싹 뒤집어서 틀어 외부의 소음과 잘 상쇄시키는 것이 중요한 기술이다.

오늘 소개한 합성사진은 중력파 검출 실험에서 잡음을 제거한 방법과 사실 수학적으로는 동일한 방법을 따라 만든 것이다. 시간에 따라 진동하며 변하는 중력파의 경우에는 관찰된 파동을 여러 진동수를 가지는 개별 파동들의 합으로, 즉 진동수별로 파동을 분해하는 방법을 쓴 거다.

사진은 중력파와 달라, 시간이 아닌, 사진 이미지가 표현된 2차원 평면 위에서 공간적인 위치에 따라 변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 이런 경우는 진동수가 아니라 파동의 ‘파장’을 이용해야 한다.

두 사진 A와 B가 있다. 먼저 A가 가지고 있는 공간적인 사진 정보를 여러 파장을 가지는 파동의 합으로 풀어 적는다. 다음에는 이 중 파장이 긴 영역의 파동을 모두 지워서 없애는 거다. 한편 사진 B에서는 거꾸로 파장이 짧은 영역의 정보를 싹 지워버린다. 파장이 짧은 파동은 사진으로부터 가까운 거리에서 보이는 미시적인 정보를 담고 있고, 파장이 긴 파동은 사진으로부터 먼 거리에서 본 거시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위의 과정을 거치면 A는 이제 짧은 파장 영역의 정보만을, 그리고 B는 이제 긴 파장 영역의 정보만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각각 변환된 두 사진의 정보를 더해서 하나로 합해 한 장의 사진을 얻으면 된다.

앞에서 필자가 보여준 송중기와의 합성사진에서는 사진 A로 필자의 이미지를, 그리고 사진 B로는 송중기의 잘생긴 이미지를 이용한 거다.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의 눈은 짧은 거리의 척도에서 변해가는 미시적인 정보를 주로 처리하므로 필자의 얼굴을 보게 되고, 멀리서 보면 이제는 긴 거리의 척도에서 변해가는 거시적인 정보만을 보게 되어 잘생긴 송중기의 얼굴을 보게 된다.

‘멀리서 보면 나도 송중기’ 합성 사진을 만들어 보고는 재미가 붙어서 다른 합성 이미지도 하나 만들어 보았다. ‘수업 후 선물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멀리서 본 대학생이 선물에 혹해서 점점 가까이 다가와 강의실에 다 와서 다시 문구를 보면 이제 ‘수업 후 숙제있습니다’로 바뀐 문구를 보게 되는 이미지(5)를 만들어 보았다. 송중기와의 합성사진과 정확히 같은 방법을 따라 만든 거다.

‘숙제’가 들어있는 이미지에서는 긴 파장의 정보를 지우고, ‘선물’이 들어있는 이미지에서는 짧은 파장의 정보를 지운 다음 합성한 거다. 이 합성이미지를 보는 방법도 송중기 합성사진과 같다. 이미지를 출력한 후 벽에 붙여놓고는 멀리서 보면 일단은 ‘수업 후 선물있습니다’의 글귀가 보인다(6). 점점 다가오면 글귀가 변해서 결국 ‘수업 후 숙제있습니다’로 바뀌게 된다.

이런 장난 같은 문구가 아니라도, 멀리서 보았을 때의 정보와 가까이서 보았을 때의 정보가 달라야 하는 경우에는 어쩌면 실제로 이용될 여지도 있을 수 있다.

오늘 소개한 이런 재밌는 장난도 과학을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문화일보 2016년 4월 6일자 24면 12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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