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조세호 씨는 왜 안왔어요?

조세호를 아시나요? 안다면 유행의 흐름을 잘 타고 있다는 것이고, 모른다면 유행에 조금은 뒤처진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조세호는 개그맨입니다. 한때 ‘양배추’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죠. 요즘 연예계의 크고 작은 행사에 가면 빠지지 않고 그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배우 조승우, 빅뱅의 태양, 개그맨 유세윤 등은 분야를 불문하고 한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조세호 씨, 왜 안 오셨어요?” 정작 조세호가 참석할 이유가 없는 행사인데 말이죠.

이 유행어의 뿌리는 지난해 6월 방송된 MBC ‘세바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MC인 김구라가 조세호에 대해 “친한 동료 연예인 경조사는 안 가고 재벌들 경조사에 간다더라”고 폭로하자 가수 김흥국은 “안재욱 결혼식 때 왜 안 왔어?”라고 물었죠. 이에 조세호는 억울해 하며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후 이 상황은 수시로 패러디됐고, 포털사이트에서 조세호의 이름을 검색하면 ‘프로불참러’라는 연관 검색어까지 뜨죠.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2016년을 대표하는 유행어를 낳은 겁니다. 김흥국의 막무가내식 개그가 약 1년이 지난 후 화제를 모으자 ‘세바퀴’의 산파 역할을 했던 박현석 MBC 예능국 책임 프로듀서는 “김흥국은 앞을 내다보는 예능인”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죠.

이렇듯 많은 유행어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탄생합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는 이애란의 ‘백세인생’이 인기를 끌며 ‘전해라’가 국민적인 유행어가 됐죠. 그 바통은 KBS 2TV ‘태양의 후예’가 이어받았는데요. 주인공 유시진(송중기)의 말투를 흉내 낸 ‘∼지 말입니다’가 입에서 입으로 전파됐습니다. ‘백세인생’으로 데뷔 30년 만에 빛을 본 이애란은 올해 초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번 노래를 부르면서도 ‘전해라’가 유행어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죠.

사실 신문사만큼 유행어에 민감한 곳도 없습니다. ‘백세인생’이 인기일 때는 기사 제목이 죄다 ‘전해라’로 끝났고, 얼마 전까지는 ‘∼지 말입니다’가 붙었죠. 하지만 이번 유행어는 특정 상황이 조성돼야 쓸 수 있기 때문에 기사 제목으로 쉽게 변주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 유행어가 도대체 뭐가 중요하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리 중요하지 않죠. 하지만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유행어는 인생에 ‘작은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오늘도 회식이라고 입술을 삐죽대는 후배들이 보이시나요? 건배사를 하면서 “우리 회식하는데 조세호는 왜 안 왔어?”라고 슬쩍 던져보시죠. 꽤 센스 있는 선배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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