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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6년 05월 13일(金)
“오바마 ‘非核’ 강조하려면 히로시마보다 나가사키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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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정치·경제를 독일 등 유럽 각국과의 비교정치적 관점에서 연구해온 T J 펨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 4월 26일 아산플래넘이 열린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지 않고 과거사를 다시 쓰려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멍청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T J 펨펠 美 버클리 캘리포니아大 교수

한·일 관계가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합의 직후 개선 조짐을 보이다 최근 들어 동시다발 악재로 인해 지지부진한 답보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5년의 절반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올인하며 대일 강경자세를 견지했다. 박 대통령의 대일외교는 지난해 말 위안부 문제가 전격적으로 합의되면서 성과를 거두는 듯했지만 독도영유권 갈등이나 역사 교과서 문제 등 난제들은 여전히 갈등진행형 상태다. 더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히로시마(廣島)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 과거사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며 동북아 역사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다중갈등 속의 한·일 관계 틀을 상생의 우호 협력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한·일 양국은 무엇을 해야 하고, 미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주최한 2016 아산플래넘 ‘뉴노멀’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T J 펨펠(74)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를 지난 4월 26일 만나 한·미·일 관계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펨펠 교수는 평생 일본의 정치·경제학을 연구해 온 미국 일본학 연구계의 석학이다. 20대 초 미 해병대 근무 시절 일본 땅을 처음 밟은 인연으로 일본 연구를 시작했다는 그는 일본에 대한 애정은 깊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매섭게 비판했다.


―일본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때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1963∼1964년 해병대에 있을 때 이와쿠니(岩國)에 근무했던 적이 있다. 그곳은 히로시마와 가까워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처음 히로시마에 갔을 때 안내문을 보니 일본이 2차 대전 때 군사적으로 뭘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고 자신들이 미군에게 어떻게 당했는지만 기술돼 있었다. 일본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는 친구와 가족들이 직접적으로 원자탄에 노출돼 희생된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처음 만날 때 미국에 직접적인 적개심을 보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계획 얘기를 들으니 히로시마와 처음 만났던 때의 낯선 경험이 생각난다. 몇 년 전에도 그곳을 방문했기에 그곳은 내게 아주 익숙하다.”

―평생 일본 문제를 연구해온 미국 학자로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가려 한다면, 기본적으로 히로시마보다는 나가사키(長崎)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히로시마는 원자탄이 처음 사용된 곳이라는 점에서 인류의 뇌리에 각인돼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가사키가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히로시마에 이어 2번째로 핵폭탄이 떨어진 곳이자, 현재까지로 볼 때 마지막으로 사용된 곳이기도 하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오바마 대통령이 굳이 가려 한다면 히로시마보다 나가사키가 그런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그러니 메시지도 있고 상징성도 훨씬 있는 것이다.”

―탁월한 지적이다.

“내 생각에 공감하는가? 오바마 대통령도 내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웃음). 히로시마는 핵폭탄이 처음으로 투하된 곳이고 평화상징물도 있고 해서 일본이 그쪽을 원하는 거 같은데 조금만 더 생각한다면 나가사키로 가는 게 좋다.”

―대부분 한국인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원폭 문제라기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행보로 인해 일본은 2차 대전의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둔갑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히로시마에서는 일본이 피해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일본은 2차 대전 개전의 책임이 있는 나라다. 히로시마에서 원폭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가질 수 있다. 일반인 희생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해서는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그런 의구심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선 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무고하게 희생됐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일본 우익에게 이용당할 가능성도 있는데.

“그렇다. 아베 총리와 그 내각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오바마가 사과했다고 해석해서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전쟁의 위험성을 일반인들에게 경고하면서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되새긴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핵 비확산이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한 이슈이니,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며 핵무기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한다면 전 세계적인 핵무기 반대, 특히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일반인들이 전쟁에서 희생되는 것, 핵무기에 의해 희생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면 긍정적이다. 1945년 이래 일본과 미국은 평화주의 길을 걸어왔다. 그것은 평가해줘야 한다. 한국에서 일본이 하는 것은 모두 나쁘다는 식으로 모든 것을 뭉뚱그려 비판하는 것은 문제다. 일본은 2차 대전 후 평화 증진에 기여했고 개발도상국에도 많은 지원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만나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기여에 대해 얘기하고 2차 대전 이전과 이후 행태가 완전히 달라진 일본을 평가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봐도 좋은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지지한다. 그렇지만 메시지는 신중해야 한다. 아베와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이 오바마의 메시지를 악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미국의 핵무기 투하는 잘못이라는 식으로 이해되지 않도록 메시지를 관리해야 한다.”

펨펠 교수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백악관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일 동맹 신시대인 만큼 방문해야 한다” “동아시아 정세를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다양하게 분출되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펨펠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가는 쪽으로 사실상 결정됐고, 그 방문이 미·일 관계에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에 이용당할 가능성 또한 크다”고 정확하게 진단한 것이다. 백악관은 10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한국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많은 부분이 있다.

“한국의 그런 정서를 이해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한국인들에게 1901년에서 1945년까지의 역사는 공포스러운 경험일 것이다. 그렇지만 1945년 이후 일본이 국제사회에 보여준 행태에 대해서는 평가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의 전후 기여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본다.”

―글쎄,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저널리스트로 일본을 볼 때 일본은 늘 이중적인 속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대해선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지만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사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위안부 문제, 말하자면 역사적인 기억의 문제는 한·일 간에 아주 큰 이슈는 아니었다. 그것은 비교적 최근, 말하자면 10여 년 전에 제기된 이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2차 대전 이후 일본과 2차 대전 이전의 일본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본을 뭉뚱그려서 보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 대해선 공감한다. 그렇지만….

“물론 일본인들이 늘 너그러웠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태도가 때때로 한국과 태국에서 논란이 된 적도 있다. 1970년대 태국에서 일본 스시 가게들이 공격을 받았던 적도 있다. 태국에서 일본 기업인들이 공격을 받기도 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조차 논란이 됐던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아주 비판적이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는가.

“일본 역사가들은 일본이 피해자라는 시각을 견지한다. 1850년대 이후 일본은 평화적 부상을 시도했는데 서구열강이 개국을 강요했고 그래서 일본도 어쩔 수 없이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주의로 나갔다는 주장이다. 일본이 처음부터 공격적이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나는 일본 제국주의 세력이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본다. 일본 제국주의가 중국과 한국, 그리고 아시아 각국에서 저지른 일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거기에 대해 아베 총리가 수정주의적 시각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려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난징(南京)대학살에 대해 아베 측근의 관변 인사들이 교묘하게 부정하는 게 대표적인데.

“난징에서 일본이 뭘 했는지에 대해선 세상이 다 안다. 학살된 사람이 20만 명인지 15만 명인지 구체적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이 무고한 사람들을 그렇게 대량으로 학살했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 주변 인사들의 행태는 대동소이하다. 우선 법리적 측면에서 기본 팩트를 세부적으로 따진다. 그러고 나서 팩트에 대한 비판은 이런 것인데 그 비판은 어떠어떠한 점에서 근거가 없다는 식으로 접근한 뒤 사실 자체를 부정하려 한다. 그것은 문제다.”

▲  T J 펨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 4월 26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그간 성취해온 경제적 성장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거대 국가인 중국·일본에 대해 발언권을 높이려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협력을 통해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아베 정권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것도 그런 방식이다.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그게 일본 정부 공식정책이었느냐는 점이다. 아베 정권은 그에 대한 공식문서가 없다는 이유로 공식 정책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난센스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회고록에는 그가 일본 군인이었을 때 일본군을 위해 위안부 캠프를 만들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가 일본의 군인으로서 그것을 만들었다는데 거기에서 그것이 공식적인 것이었느냐 아니면 비공식적인 것이었느냐를 따지는 게 뭐가 중요한가. 그 여성들이 강제로 동원됐느냐 아니면 일부 자발적으로 참여했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군이 위안부 캠프를 만들었다는 사실이고 그곳에서 여성들이 희생당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주장은 사실 면에서도 잘못된 것이다. 나는 아베 총리의 그런 접근방식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다.”

아베 총리의 위안부 접근법을 설명하면서 펨펠 교수는 목소리 톤을 높였다. 평생 일본을 연구해온 지일파 펨펠 교수는 2차 대전 종전 후 군국주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국제사회에 기여해온 평화애호국으로서의 일본의 이미지를 강조해 왔는데 아베 총리가 그런 이미지를 바꾸려 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듯했다.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가 전후 일본이 견지해온 평화애호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아베 총리와 그 측근들이 교묘한 논리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일본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에 먹칠하는 짓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영하면서도 내심 우려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자기식으로 해석하려 든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는 곡해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아마도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감사한다. 미국이 결국 일본이 2차 대전에서 입은 희생에 대해 인정하고 이제 일본에 사과하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문제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

―아베 총리 체제는 최소한 자민당 총재 임기인 2018년 9월까지는 유지될 것 같은데 아베 총리의 그런 역사수정주의적 행태를 어떻게든 저지하려면 결국 미국이 나서야 할 것 같은데.

“2012년 12월 아베 집권 2기가 시작됐을 때 미국에서도 많은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안다. 특히 워싱턴에서는 아베 총리에게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절대 다시 방문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했다. 그가 참배하기 전 미국에서는 “만약 총리로서 참배한다면 멍청한 일”이라며 극구 말렸는데 아베 총리는 참배를 강행했다. 그 이후 미국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또 중국에서는 반일주의가 본격적으로 부상했고 동아시아에서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했다. 워싱턴에서는 아베 총리가 경제를 회복시키고 북핵문제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왜 역사문제를 건드려 화를 키우느냐는 비판을 했다. 난징대학살 문제를 다시 제기해 일·중 갈등을 일으키고 위안부 강제성을 부인해 한·일 갈등을 확대시키는 아베 총리의 행태에 대해 워싱턴에서는 많은 비판을 제기했다. 아베 총리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다. 최근 한·중·일 3자 정상회의가 재개되면서 동아시아 핵심 3국이 협력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아베 총리는 날개를 달게 될 텐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는가.

“아베 총리는 우선 여름 참의원 선거에 집중할 것이고, 거기에서 이긴다면, 아마도 평화헌법 개정 이슈 쪽으로 몰고 갈 것이다.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경제에 집중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문제다.”

―아베 총리를 제어하기 위해선 일본 국내적으로 강력한 야당이 필요한데.

“나도 일본의 야당이 좀 더 강해지길 희망한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써는 어려울 것 같다. 아베 총리가 가려는 길에 저지할 세력이 없는 것 같다.”

―매우 비관적인 시각인데.

“어떻게 보면 현 국면은 일본이 아주 좋은 일을 할 기회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국내적으로 강력한 정치적 자본을 갖고 있고 여론 지지도 받고 있다. 그것을 일본의 개혁 등을 위해 쓰면 좋을 텐데 아베 총리는 불행하게도 그 자본을 멍청한 쪽에 쓰려고 하고 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멍청하다(stupid)’는 표현을 반복했다) 일본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고, 또 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는데 아베 총리는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평생 일본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발탁한 사실상 후계자인데.

“일반적으로 말해 고이즈미 전 총리는 긍정적인 포스, 말하자면 힘을 지니고 있었고, 일본에 긍정적인 개혁을 하려 했다. 그는 우정 개혁을 진정으로 추진했다. 매우 실용적인 지도자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개혁을 하기 위해 보수주의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야스쿠니 참배를 했다. 역사를 보면 나폴레옹은 성당을 갔는데 그것은 파리 사람들에게 자신이 성당에 간다는 것을 보여줘 권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이즈미 전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한 것은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에 대해 진정으로 대했다. 2006년 고이즈미 정부가 우정 개혁을 추구하던 즈음에 총리직이 고이즈미에서 아베로 넘어갔다. 이후 아베 총리는 우정 개혁을 뒤집었고, 내각의 인사들도 자민당의 늙은 충성파로 갈아치웠다. 그중 몇 명은 벌써 수뢰 혐의로 쫓겨났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에 대해 얘기는 하고 있지만, 그것에 그리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정치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차원에서 야스쿠니에 간 것처럼 아베 총리는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역사수정주의 정책을 펴기 위해 그저 아베노믹스라는 겉치장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아베 총리는 극우파, 역사교과서, 국수주의, 강력한 반중 정책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한국에 대해서도 정말 싫어한다는 점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와 아베 총리를 비교하는 관점이 탁월하다.

“아베 총리는 매우 국수주의적인 인물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인식이나 관점은 정말 결여됐다.”

―아베 총리가 한국을 싫어한다고 했는데, 일본 극우 인사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가.

“많은 한국인은 일본에 대해 비판적인 것 같다. 내가 버클리에서 강의할 때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것을 얘기하면 한국 학생들이 많은 주의를 준다. 일본인들이 한국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편향적인 사람들은 있다. 미국에도 반이민주의자가 있듯이 말이다. 나는 여러 외국 친구들 덕분에 국제주의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그렇지만 아베 총리는 국제사회를 위계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 다음에 ‘넘버2’인 일본이 있고 한국과 중국은 저 밑에 있다는 인식이 뚜렷하다. 국제사회에 대한 인식, 평등하고 호혜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못한 게 문제다.”

―한·일 관계가 좋아져야 하는데 아베 총리가 그렇게 한국을 싫어한다니 걱정이다.

“한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보다 잘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그렇다. 일본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1위, 삼성의 스마트폰은 2위다. 이것에 대해 아베 총리가 아주 불만이 많은 것 같더라. 오늘 아산플래넘에서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명예 이사장이 젊은 20대 기업인 정신을 기르고 있다고 얘기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그런 기풍이 없다. 일본의 20, 30대 젊은이들은 창업을 꿈도 꾸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그런 점에서 일본보다 훨씬 잘한다. 그래서 한국 친구들에게 ‘일본인이 야스쿠니에 가고 멍청한 이슈에 집중할 때 우리는 경제를 키우고 기업을 만들겠다’는 자세를 견지하라고 얘기한다. 일본인들이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주장하더라도 ‘독도는 독도다. 더 이상 멍청한 얘기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면 된다. 한국은 굉장히 성공적인 나라이고 성공적인 국민이다. 마음 편하게 자신감을 갖고 일본에 대응했으면 한다. 한국 사람들은 그간 성취해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어젠다를 갖고 전진해 나가면 된다.”

―아베 총리 집권 후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인데 중·일 사이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일반적으로 중·일 사이의 한국을 고래에 낀 새우라고 비교하곤 한다. 나는 중국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후 공산당이 체제 정당성을 반일민족주의에서 찾기로 하고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에는 수많은 반일정신 고취 박물관이 있고, 반일 기념일이 많다. 공산당 지도하에 중국 인민들은 파시즘을 극복하고 일본을 이겼다는 식이다. 아베 총리가 지향하는 일본의 국가주의는 역설적으로 중국공산당이 반일민족주의를 견지하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 중국과 일본이 상호 국가주의를 내세우는 것인데 그것은 상호 내부적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서 볼 때 매우 어려운 문제인 게 사실이다. 북한 체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지원과 중국 및 일본의 도움이 필요한데 중·일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대립하는 상황은 한국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은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중·일 두 나라에 접근해야 한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협력을 통해 리더십을 만들어 중·일에 대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한국은 아세안에 그리 집중하지 않고 있지만, 리더십을 발휘할 만한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한국은 중·일에 비해선 작지만,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대만에 비해선 크다. 아시아 각국에서 한국은 K-팝 등으로 인기가 높고, 모두들 한국의 경제적 성공을 배우려 하고 있다. 한국이 아세안과의 발전과 협력을 통해 아시아에서 역할을 확장해 나간다면 한국에 큰 리더십이 생길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일본과 중국에 대한 발언권도 강화될 수 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져라.”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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