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지우고 입 닫고… ‘狂氣의 역사’ 애써 감추는 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16일 중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인 문화대혁명이 50주년을 맞는다. 1966년 문혁 당시 베이징 톈안먼광장 연단에 선 마오쩌둥(왼쪽부터)과 당시 자아비판에 끌려나온 사람들, 홍위병에 동원된 어린 소녀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AFP연합뉴스뉴시스

‘文革 50주년’ 맞는 중국은 지금…

50년 전인 1966년 5월 16일 마오쩌둥(毛澤東)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무산계급 문화대혁명’ 발동을 결정하고 ‘5·16 통지’를 내려보냈다. 약 10년 동안 중국 전역을 대혼란과 급기야 내전 상황까지 몰아넣은 비극적인 현대사적 사건인 ‘문화대혁명’이 공산당 공식 문서로 등장한 지 5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기념하기 좋아하는 숫자인 ‘50주년’에도 불구하고 대륙은 잠잠하기만 하다. 일부 온라인 매체 등에서는 ‘문혁 당시 목숨을 잃은 유명인사들’을 재차 소개하며 안타까운 역사를 다시 조명하기도 했지만 국가 차원의 행사는커녕 지도자들의 언급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관영 매체들 역시 조용하다.

◇역사 재평가는커녕 박물관 문혁 흔적 지우고 문혁 연상되는 모든 것 금기시 =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와 중국판 카카오톡 격인 웨이신(微信·위챗)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평론위원이 작성한 평론’(칼럼, 사설)이라는 글로 ‘문혁은 반드시 철저히 부정돼야 한다’는 제목의 글이 돌았다. 날짜도 최신 날짜인 5월 8일 게재한 것처럼 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그날 런민르바오에는 그런 평론이 실리지 않았으며 해당글은 과거 1984년 4월 런민르바오에 실린 ‘문혁은 전례 없는 대혼란이었으니 반드시 철저히 부정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평론글을 전재해 최근 게재된 것처럼 한 것이었다. 최근 국가 차원의 공식 언급이나 깊이 있는 논평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처음이자 유일한 문혁 박물관으로 알려진 중국 광둥(廣東)성 산터우(汕斗)시에 있는 문혁박물관의 문혁 관련 문구 등 관련 요소들이 최근 모두 지워지거나 공산당에 대한 충성 등의 구호로 변경됐다고 홍콩 밍바오(明報) 등은 전했다.

최근에는 베이징(北京)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56송이 꽃’의 합창이라는 공연에서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56명의 16∼23세 소녀로 구성된 문화선전공작단이 공연에서 홍가(紅歌)를 부르기도 했다. 특히 문혁 당시 마오쩌둥 숭배 이미지와 구호가 걸리는 등 현장 분위기는 문혁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혁’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며 논란이 되자 런민르바오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7일 “인민대회당은 민간단체가 빌려 쓸 수 있는 공간이며 올해가 문혁 50주년이지만 정부가 이런 음악회를 조직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문혁을 연상시키는 노래와 구호는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는 해명성 사설을 싣기도 했다. 일부 좌파들 사이에서는 문혁에 대한 향수로 기념 행사를 예고하고 있으나 극도로 조심하는 중국 당국의 분위기로 미뤄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혹독했던 문혁, 내부의 오류 들춰내기 싫은 중국 지도부 =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이 실패하면서 마오쩌둥이 국가주석직을 사임하고 핵심적 위치에서 물러났다. 당시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류사오치(劉少奇)와 덩샤오핑(鄧小平) 등의 실용주의자들이 힘을 얻었던 가운데 마오쩌둥이 홍위병들을 선동해 약 10년간 혼란이 이어졌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인생’이나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패왕별희’를 보면 예술인, 지식인 등이 각종 이유로 모욕과 공격을 당하고 심지어 자살로 내몰리는 광기의 시대상이 드러난다. 이 기간 중고생들과 대학생들이 홍위병이라는 이름으로 낡은 문화를 일소한다며 대중 정치운동 조직에 동원돼 기존 혁명세력 및 조직, 학자 및 전문가, 문화 예술인, 지주 출신 및 자본가 등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으며 책과 문화재 등을 파괴했다. 이후에는 홍위병들끼리 전쟁을 벌이는 등 내란 수준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정확한 피해 통계는 나오지 않지만 100만 명이 박해를 받아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마오쩌둥은 이후 홍위병들에게 ‘실망했다’면서 해산과 함께 이들을 하방하고 문혁의 종식을 선언하지만 1976년 9월 마오쩌둥 사망 후 장칭(江靑) 등 4인방 세력 축출 때까지 문혁은 지속됐다. 1981년 중국공산당이 “당과 국가, 인민에게 가장 심각한 좌절과 손실을 안겨준 마오쩌둥의 극좌적 오류”라고 공식 평가를 한 이후 당시에 대한 당국 차원의 조사나 연구 또는 입장 등은 거의 없이 금기시되고 있다.

문혁에 대한 재평가는 국부로 추앙받는 마오쩌둥에 대한 평가와도 연계돼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며 사회 대립 혹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일제 침략과 같은 ‘외부’에 의한 고난이 아니라 내부 스스로 초래한 고난이었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디플로맷은 문혁에 대해 “중국에는 곤혹스러운 기념일”이라면서 외부의 누군가를 탓할 수 없고 내부의 원인을 직시해야 하는데 이는 ‘체면이 상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도부는 이 시대가 잊어지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혁에 홍위병으로 참가했던 한 원로 학자는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그 시대에 같이 홍위병이었던 친구를 만나도 그 시절 얘기는 누구도 꺼내지 않는다”면서 “아마 당분간 중국에서 정면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