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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6년 05월 16일(月)
司法질서 근간 흔드는 전관예우 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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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 동국대 법대 교수·헌법학

일반 국민은 형사사건에서 수십억 원대의 성공보수를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일명 ‘정운호 게이트’라 불리는 법조계 구명 로비 의혹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십억 원대 성공보수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 중 하나인 전관예우(前官禮遇)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동안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했고, 법조계는 나름대로 자정 노력을 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전관예우와 같은 폐습을 법으로 근절하기가 쉽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관예우는 그동안 법조 비리(非理)가 터져 나올 때마다 반복된 문제다. 전관예우 문제를 전적으로 법조계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학연·혈연·지연에 의한 우리 사회만의 독특한 인간관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최근에는 전관예우 문제가 법조계뿐만 아니라 전직 고위 공무원 등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국가는 법조계의 고질인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98년에는 변호사법을 개정해 판·검사로 재직하던 전관 변호사가 개업 후 2년 간은 퇴임 전에 소속됐던 법원이나 검찰청의 형사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런데 이 법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래서 2011년 변호사법을 다시 개정하면서 판·검사 등이 변호사 개업 시 퇴직 이전 1년 이상 근무한 곳에서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그렇지만 개정법에는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서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웠다.

법조계는 전관예우로 인한 법조 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제19대 국회에서는 기존 변호사법의 1년 제한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전관예우를 차단하기 위해 전화 변론 등을 금지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단순히 관련 법을 개정해 형사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해서는 법조계의 자정노력뿐만 아니라, 전관예우가 반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이 법조계에 확산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판·검사를 하다가 퇴직해 변호사 개업을 한 다음 전직을 이용해 돈을 버는 전관예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전관예우는 법조계의 수치스러운 모습이다. 지난해 대한변협은 전관예우 근절을 명분으로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해도 고위 판·검사직을 지낸 이에 대해서는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변호사법을 개정해 전관예우 금지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위반 정도에 따라 변호사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다시 한 번 전관예우의 적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전관예우는 국가의 행정력을 저해하고 사법 불신을 초래한다. 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를 조장해 사회윤리를 피폐하게 한다. 아무튼, 전관예우로 인한 국민의 사법(司法) 불신은 국가의 사법 제도 근간을 흔들게 된다. 전관예우의 근절은 사법개혁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런 점에서 법과 제도의 개선과 법조계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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