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건강도 안전도 모른척… 못믿을 아동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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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분 검출 무더기 리콜
조임끈 기준보다 몇배 길어
질식사고 사례 잇따르기도
피해구제신청 매년 증가세

여러 유통업체의 수입제품을
한데 모아서 파는 상점 많고
피부병 등 유발 입증 힘들어
피해보상·환불도 쉽지 않아

울산에서 6세짜리 딸을 키우는 정문주(여·33) 씨는 지난 1월 한 할인상점에서 내복을 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 백화점에 납품하던 아동복 재고를 많이 할인한다는 말에 솔깃해 겨울용 아이 내복 3벌을 사서 아이에게 입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 팔과 배 쪽에 불그스레한 발진과 두드러기가 났다.

정 씨는 처음에 식중독을 의심했지만 병원 진단결과, 유해물질 접촉에 따른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근래 입히던 옷 중 새로 입힌 것은 해당 내복뿐이었는데 내복을 다시 입히자 증상이 심해졌다. 진단서를 제출하고 환불과 치료비를 요구했지만, 해당 업체는 반드시 내복을 입어서 생긴 증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정 씨는 “워킹맘이다 보니 바빠서 업체와 실랑이할 시간도 없어 그냥 포기하고 내복을 버렸다”면서 “친정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약을 바른 덕에 며칠 만에 나았지만, 만약 원인을 모르고 심각한 상태까지 갔으면 어쩔뻔했나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김모(여·35) 씨는 지난해 11월 3세짜리 아들이 코트의 수술 장식을 갖고 놀다가 목이 졸리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모자 부분의 수술 장식은 상당히 긴 끈에 연결돼있었다. 외출을 하려고 코트를 입히고 나서 김 씨가 잠깐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에 아이가 혼자 장난을 치다 수술을 목에 2번 감아 당기는 바람에 잠깐 숨을 못 쉬는 상황이 빚어졌다. 남편이 바로 발견하고 옷을 벗겨 큰 사고를 면했다. 김 씨는 “목에 자국이 날 정도로 끈 재질이 강했다”면서 “한동안 아이가 불안증세를 보여서 고생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피부에 직접 닿고 아이들이 쉽게 물고 빠는 아동복 중 납이나 수소이온농도(pH)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보다 많이 포함된 것들이 있어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임끈 등 장식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질식사고 등을 유발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안전성 조사를 벌인 결과 유·아동복 28개가 안전기준에서 크게 벗어나 리콜 명령 조치가 내려졌다. 해당 유·아동복에서는 납, 프탈레이트가소제, 아릴아민, 카드뮴 등 신체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또 접촉 시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는 pH가 기준치를 초과하기도 했다. 일부 제품은 코드나 조임 끈이 불량이거나 기준을 넘어 질식사고 등의 위험이 있었다.

pH의 경우 기준이 4.0∼7.5이지만 중국에서 제조된 한 유아용 캐릭터 티셔츠는 기준치에서 24.0%를 초과했고, 신생아들이 많이 입는 한 우주복은 기준치보다 17.3%를 초과했다. 또 미얀마에서 제작된 한 아동용 티셔츠에서 납이 기준치인 90㎎보다 무려 27.4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베트남에서 제조된 아동용 점퍼에서는 기준보다 23.6배 높은 납 성분이 검출됐다.

납은 주로 지퍼에서 검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아동복에서는 단추나 옷 전면에서 나타나는 등 노출도가 더 높은 곳에 사용됐다. 납은 유아·어린이에게는 신경 행동학적 이상과 발달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한 셔츠제품에서는 아릴아민이 4.6배(기준 30㎎) 초과하기도 했다. 아릴아민은 염색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다량 노출될 경우 방광암 등 암이 유발될 위험이 높다.

또 조임 끈이 부적합해 리콜이 된 제품도 상당수 있었는데 대부분 기준보다 너무 길거나 고정돼 있지 않았다. 허리 조임 끈의 경우 길이 기준이 140㎜ 이하이지만 455㎜에 달하는 점퍼도 있었다.

게다가 이런 제품들을 환불하거나 피해를 보상받는 것도 쉽지 않다. 리콜이 결정된 제품은 영수증이 없어도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외 제품들은 해당 아동복으로 인해 피부 발진 등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명확히 증명하기 쉽지 않다.

또 외국에서 제조된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여러 유통업체의 제품을 한데 모아 파는 형태의 상점이 많아 제조업체에 직접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유·아동복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13년 50건, 2014년 58건, 지난해 66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1∼3월) 만 18건으로 올해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지난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접수된 건만 47건이다. 이은영 소비자시민모임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기술표준원 등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리콜하기 전까지는 개별 소비자가 아동복으로 입은 피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리콜이 돼도 소비자들이 리콜에 해당하는 제품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소비자들도 공지를 잘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일러스트 = 전승훈 기자 j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