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신도시’서 왔다고… 귀농 지원금 안 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이 마련한 귀농 창업과정에 참여한 귀농인들이 경북 봉화군 약초시험장에서 약용작물 재배방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경북도 제공

‘농어촌 外 거주자’ 규정 위배… 귀농 포기하는 사례도 잇달아
정부 “농촌인구 늘리기 위한 것… 규정 바꾸면 예산 감당 못해”

귀농을 희망하는 읍(邑)·면(面) 단위 신도시 거주 베이비 부머 세대 사이에서 각종 귀농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도심팽창으로 형성된 시·군의 읍·면 신도시에 살면서 농업이 아닌 직종에서 일하다 동일 단위인 농촌 읍·면 지역으로 귀농하면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법 해석 때문이다.

23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23개 시·군 귀농상담창구에는 매년 총 2500~3000여 명의 귀농 문의자 중 20% 정도가 거주지역 때문에 각종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 아파트에 사는 김모(56) 씨는 경북 예천군 용문면으로 귀농하기로 하고 군에 귀농에 따른 각종 지원금을 신청했다. 매곡리는 행정구역상 읍 단위지만 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이고, 그는 인근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에 20여 년 동안 출퇴근하면서 근무했다. 그러나 김 씨는 “매곡리가 새로운 도시이고 농업 이외의 직업에 종사했는데도 거주지역 요건에 맞지 않아 군으로부터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현행 귀농 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과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제3조)에서 귀농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 전 농어촌지역에서 농어업 이외의 직종에 종사했더라도 농어촌 이외의 지역에서 농어촌지역으로의 이주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경우, 서울 인구 증가로 조성된 인근 시·군의 읍·면 신도시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지만, 귀농하면 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경북도는 이 법이 불합리한 것으로 보고 귀농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거주지역 완화를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했지만 반려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귀농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농촌 인구유입”이라며 “읍·면에서 동일 단위 이주는 농촌 인구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 같은 규제를 없애면 지원해야 할 자금을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예천군 관계자는 “이러한 규제로 인해 읍·면 신도시에 사는 베이비 부머 상당수가 귀농을 포기하고 있다”며 “농업에 종사하지 않은 점과 신도시 읍·면 지역에 거주한 사실을 증명하면 귀농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천군은 귀농인에 대해 주택수리비와 농기계 구입비 등 영농기반조성자금 각각 최대 400만 원, 이사비용 100만 원, 주택 구입 자금 5000만 원(연리 2% 융자)을 지원하고 있다. 또 농식품부는 귀농창업자금으로 최대 3억 원을 융자(연리 2%)하고 있다. 한편, 경북지역에는 귀농 통계를 시작한 2004년 334가구에서 2014년 2172가구로 귀농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예천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귀농어업이란 =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농어촌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농어업인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농어업인이 되기 위해 농어촌지역으로 이주해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또 농어촌은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따라 읍·면 지역과 이외의 지역 중 농어업, 농어업 관련 산업, 농어업 인구 및 생활 여건 등을 고려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이 협의해 고시하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