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0의 저력… 드라마·예능까지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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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신구 등 출연,따뜻한 감성 자극
젊은 층도 공감…시청률 4%대

- JTBC ‘힙합의 민족’
힙합 배우는 도전기 담아 화제
평균 65세 ‘할미넴’ 실력 발휘

“우리는 모두 시한부다, 남은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한때다.”

케이블채널 tvN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사진) 속 대사다. 모든 인간은 매 순간 가장 젊은 시절을 산다는 의미다. 그래서 흘러간 시간을, 노구(老軀)를 탓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중년이라 일컫는 4050을 넘어 실버 세대라 할 수 있는 6080이 드라마와 예능 등을 파고들며 새로운 콘텐츠이자 지지기반으로 부각되는 이유다.

‘디어 마이 프렌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김혜자, 나문희, 신구, 주현, 윤여정, 김영옥, 박원숙, 고두심 등 평균 연기 경력 40년이 넘는 장년 배우다. 80세인 신구가 맏형이고 막내인 고두심도 올해 65세다. 하지만 그들 모두 인생을 즐기고 싶은 ‘호모 루덴스’다.

“여자가 어디서 담배를 펴?”라고 말하는 꼬장꼬장한 석균(신구)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도 세계여행의 꿈을 버리지 않는 정아(나문희)를 보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난희(고두심)의 말마따나 “밑이 헐거워” 용변을 참지 못해 갓길에 차를 댄 후 숲으로 들어가는 희자(김혜자)지만 영정 사진을 찍을 때조차 입을 가리고 소녀처럼 웃음 짓는 모습은 6080 시청자 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공감도 사며 4%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배종병 책임 프로듀서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따뜻한 감성을 건드리며 6080을 비롯해 전연령 층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며 “그동안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소외되거나 주변인으로 머물렀던 세대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 ‘힙합의 민족’은 신세대의 전유물로 여기던 힙합을 배우는 6080의 도전기를 담았다. 79세 김영임을 필두로 배우 양희경, 이용녀 등 평균 나이 65세 ‘할미넴(할머니+에미넴)’들의 진지한 래핑과 비트에 맞춘 스웨그(힙합 가수 특유의 자유분방한 몸짓) 앞에 힙합 역시 나이의 성역 없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된다.

6080을 주인공으로 삼은 콘텐츠는 영화계나 연극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녀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계춘할망’이 상영 중이고, 영화로 제작됐던 ‘장수상회’는 연극으로 무대를 옮겨 70대 배우 백일섭과 이호재가 출연하고 있다.

2016년을 사는 6080은 한국전쟁 이후 10~30대를 보내며 대중문화의 중흥기를 경험했다. 즉 ‘놀 줄 아는’ 세대라는 의미다. JTBC 관계자는 “요즘은 노년층도 중요한 소비계층으로 부각되며 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콘텐츠가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며 “‘힙합의 민족’의 경우 힙합과 6080의 만남으로 전 연령층의 관심을 불러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