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核’ 정운호 풀려나나… 검, 단서 못찾아

압수수색 일주일 지났는데 확실한 횡령 단서 찾지 못해
출소 D -11… 영장 불투명

수감중 수시로 조사했지만 ‘불구속’ 조사땐 수사 차질
檢, 비리 규명 다시 고비에

검찰이 6월 5일 만기 출소하는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재수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지 8일이 지난 25일 현재까지 확실한 횡령 단서를 포착하지 못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추가 기소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정 대표의 횡령 혐의를 포착하지 못해 맥없이 풀어줄 경우, 정 대표가 ‘로비 용도’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에게 돈을 줬는지, 브로커 등을 통해 법조계 등에 ‘전방위 로비’를 했는지 등 ‘법조로비’ 의혹 규명 작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핵심 브로커 이민희(56) 씨 검거로 속도가 붙은 검찰 수사에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정 대표 만기 출소일까지 11일 남은 상황에서, 정 대표에 대해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를 서울구치소에서 ‘수시로’ 불러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정 대표 재수감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대표 재수감을 위해 그가 서울구치소 문을 나서는 순간 영장을 집행하는 것 외에, 사전에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불구속 기소된 정 대표에 대해 판사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출소일이 임박한 현시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할 선택지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만약 정 대표를 재수감하지 못할 경우, 법조비리 수사 전반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17일 정 대표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네이처리퍼블릭 가맹점 4곳, 직영점 관리업체 1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파악해 정 대표의 횡령 혐의를 확인하는 동시에, 이 자금들이 최종적으로 누구 손에 들어갔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검찰은 이를 통해 홍 변호사를 포함, 정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을 수임한 전관 변호사들의 비리 의혹을 밝혀내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대표의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검찰 수사 전반에 위기가 올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시 조사가 가능한 점, 대질 조사가 편한 점 등을 이유로 검찰이 하루빨리 정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재수감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