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 성공한 ‘운빨로맨스’, 황정음이 끌고 류준열이 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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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수목극 ‘운빨로맨스’(연출 김경희)가 25일 포문을 열었다.

현역 최고의 ‘로코퀸’이라 불리는 황정음과 ‘응답하라 1988’의 주역인 류준열의 복귀작이니 일단 구미가 당긴다. 그런 기대감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태양의 후예’가 떠난 후 한 자릿수 시청률에 전전하던 타 드라마를 제치고 1회부터 전국 시청률 10.3%, 수도권 시청률 12.3%를 기록하며 단숨에 1위에 올랐다.

1회는 많은 것이 담겼다. 운에 지독하게 집착하는 심보늬(황정음)와 천재 게임 프로그래머지만 인간관계 형성에는 도통 재주가 없는 제수호(류준열) 각각의 이야기와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심보늬가 운에 천착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 천재이기에 불우했던 제수호의 어린 시절,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등극한 후 금의환향한 최건욱(이수혁)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는 스포츠 에이전트 한설희(이청아)의 이야기 등이 순식간에 펼쳐졌다.

이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는 평가도 있다. ‘산만하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향후 빠른 이야기 전개를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굳이 빤히 보이는 과거사를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분위기를 신파로 끌고 갈 우려를 한 움큼 덜어낸 셈이다.


‘운빨로맨스’ 1회가 성공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마지막 10분 분량 덕이다. 숱한 정보를 흩뿌리던 ‘운빨로맨스’의 이야기는 심보늬가 자신의 인생을 기막히게 맞추는 도사를 만나면서 유기적으로 맞물리기 시작한다. 그의 행동이 이해되고 제수호와의 캐릭터 차별성도 분명해졌다. 흩어져 있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1회의 큰 성과는 ‘캐릭터 구축’이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생명은 생물처럼 살아 숨 쉬는 캐릭터다. 아무리 이야기가 밀도 높아도 캐릭터가 겉돌면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 하지만 황정음은 역시 황정음이었다. “또 비슷한 캐릭터”라는 이야기조차 정면돌파한 황정음은 배우로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연기를 선택한 것이라 보는 게 옳다. 이는 극 후반부 술에 취한 채 거리를 배회하며 주사를 부리는 장면에 오롯이 담겼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1회의 하이라이트이자 황정음의 원맨쇼였고, 류준열 역시 잘 받아줬다.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이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신인 배우가 자신을 스타 덤에 올린 작품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엄밀히 말해 ‘운빨로맨스’ 1회의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만큼 돋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정환이 같다”는 말 또한 없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다. 새로운 캐릭터로 옷을 갈아입은 만큼 전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후 새 옷을 뽐낼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인생을 운에 맡기려는 여성과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계산하려 드는 남자. 도무지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두 남녀 배우를 일단 한자리에 모으며 연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진짜 ‘운빨로맨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2회는 26일 방송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