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정책·부처간 엇박자… ‘공기업 기능조정’ 난항

기재부, 내부 합의도 못한채
에너지 공기업 통폐합 추진
산업부는 “공기업 기능 유지”

공공기관 기능조정 작업이 정부의 설익고 미숙한 추진으로 정책 발표 전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기능조정을 주도하는 기획재정부와 에너지 공기업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간 이견도 극명해 부처 간 엇박자 소리만 커지고 있다.

27일 정부 부처들에 따르면 오는 6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앞두고 산업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 노조들은 통폐합 움직임에 반발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석탄공사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6월 2일 총파업을 위한 조합원 총 투표 실시와 함께 원주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 노조 등과 연대 투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석탄공사 보유 3개 광산 폐광을 추진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기재부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석탄공사 노조가 반발하며 폐광 추진을 막는 형국이다.

정책 발표 전에 ‘파업 엄포’를 놓는 노조도 문제이지만, 정부가 공기업의 축소·통폐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미숙한 점을 드러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공공기관 기능조정 실무를 책임지는 기재부 공공정책국은 내부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부와 에너지 공기업 축소·통폐합 협의에 들어갔다. 일례로 기재부 예산실은 석탄공사 폐업에 따른 예산부담이 커 난색을 보였지만 공공정책국은 공기업 축소·통폐합의 당위만 내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내에서도 기능조정에 대한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부는 해외 자원 개발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있는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입장을 주로 내놓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관련 공청회를 한 차례 열었으나 해외 자원 개발의 필요성과 조직 기능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만 높았다.

기재부 역시 공기업의 합리적 기능조정의 근거가 될 외부 기관의 연구용역을 실시하거나 기능조정을 통한 기대 효과 등을 담은 객관적 자료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비밀을 유지하는 데도 실패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