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낙지는 산 채로, 통째로 먹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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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한 게 아니라 한옥을 통채 옮겨 온 듯한 모습이다.

해물찜에는 새우, 홍합 외에도 살이 오른 낙지 한 마리가 통채로 들어가 있다.

퇴근길 아파트 단지 안에서 고개 들어 본 하늘이 우물 안 개구리가 보는 하늘 같았던 적 없는지요. 건물들이 시야를 가려 탁 트인 하늘 보기가 쉽지 않은 요즘 도심에 몇 채 남지 않은 한옥이 좋은 관광 자원이 되고 있습니다. 도시 근교에 한옥마을이 조성되고 한옥 형태의 커피숍과 레스토랑도 늘어나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끌고 있지요.

인용문의 ‘통채’는 ‘통째’로, ‘통채로’는 ‘통째로’로 고쳐야 합니다. 통째는 ‘나누지 않은 덩어리 전부’를 뜻하는 명사입니다. 뱀이 개구리를 통째 삼켰다, 닭을 통째로 구웠다 등으로 쓸 수 있는데요. 이때 ‘-째’는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태풍에 ‘뿌리째’ 뽑힌 나무, ‘껍질째’ 먹어도 되는 사과, 국을 ‘그릇째’ 들고 마셨다 등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낙지를 ‘산 채로’ 먹기는 하지만 ‘통채로’ 먹을 수는 없습니다. 산 채로 먹거나 통째로 먹는 거지요. ‘산 채로’의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의 의존명사입니다. 운동화를 신은 채로 수영장에 빠졌다, 멧돼지를 산 채로 잡았다, 그네에 앉은 채 노래했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지요.

사람이든 조직이든 상황의 변화에 따라 환골탈태를 해야만 하는 순간을 맞기 마련인데요. 이때 발전적 변화를 가로막는 것은 ‘나는 빼고 너희만 변하면 돼’라는 생각이지요. 나만 옳다는 잘못된 신념을 버리지 않은 채 조직의 번영을 바라는 건 지붕을 덮은 다음 기둥을 세우겠다는 것과 같지요. 살아남는 데서 나아가 번영하기를 바란다면 ‘통째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튼실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테니까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