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금동반가상에 불교의식… “된다” vs “안된다”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이 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홍보국장 효신 스님의 안내를 받고 있다. 불교신문 제공

국립박물관 ‘한일 반가상’展
“문화재에 특정종교의식 안돼”

불교계 “관행 개선하라” 반발
이영훈 관장 일단 진화 나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주최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특별전에서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한 불교 예배를 주최 측이 불허한 것과 관련해 불교계의 반발이 거세자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불교계의 이해를 구했다. 국보급 불상을 ‘문화재’나 ‘미술품’으로만 볼 것인가, 종교적 예배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를 놓고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금동반가사유상 예배 불허에 대해 해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조계종 측이 이날 전했다. 이 관장은 27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사안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30일 불교계 언론들과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의 고대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한국의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의 국보 주구지(中宮寺) 소장 목조반가사유상을 한 자리에서 전시하는 이번 특별전(24일∼6월 12일)에서 갈등은 개막 전날인 23일 불거졌다.

이날 박물관 측은 식전행사로 일본 주구지 스님들의 목조반가상에 대한 불상을 봉안하는 불교의식은 허용했지만, 조계종 본각 스님등이 준비한 금동반가상에 대한 헌다·헌화(獻茶·獻花)의식은 불허한 것. 본각 스님 등에 따르면, 일본 측의 제안으로 한국 불교계의 헌다 의식 등이 포함된 계획서를 행사 1주일 전 박물관에 제출했지만 박물관 측은 ‘어떤 형태의 종교의식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 일본 목조반가상은 주구지 소장으로 주구지 측이 진행하는 의식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지만, 금동반가상은 국가지정문화재인 만큼 특정 종교 의식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박물관 측의 해명이다.

불교계에선 “신앙의 대상인 불상 등 성보문화재를 ‘문화재’로만 인식하는 박물관 측의 관행에 문제가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고, 결국 박물관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 국보급 불상에 대한 박물관과 불교계의 시각차로 불거진 ‘사건’이지만, 학계에서는 국가문화재에 대한 종교의식이 무차별로 허용될 경우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엄주엽·김인구 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