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서 ‘백조’로 날다…‘킴콩’ 김현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넘겼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가 3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래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회 초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USA투데이 연합뉴스

클리블랜드戰 2번 타자 출격
데뷔 54타석만에 ‘첫 아치’
결승 득점 올리며 ‘고공비행’
5경기 연속 선발…타율 0.383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홈런을 결승포로 장식했다. 시즌 초반 ‘미운 오리새끼’였던 김현수는 최근 5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며 물 익은 타격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김현수는 30일 오전(한국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볼넷을 남겼다. 4-4로 맞선 7회 초 2사에서 투수 제프 맨십의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시속 148㎞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터트렸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17경기, 54타석 만에 나온 첫 홈런. 볼티모어가 6-4로 승리하면서 결승 홈런이 됐다. 김현수는 2회에는 볼넷을 골라 나가 6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갔다. 1회와 5회엔 삼진으로 아웃됐고, 7회 말 수비에서 교체됐다. 김현수는 지난 26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부터 5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다. 5경기에서 18타수 7안타로 타율 0.389이며, 출루율은 0.476이다. 김현수의 시즌 타율은 0.383(47타수 18안타)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시밭길을 헤쳐나왔기에 김현수의 고공행진은 더욱 돋보인다.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178(45타수 8안타)에 그쳤고, 특히 장타를 1개도 날리지 못했다. 구단과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것을 요청했다. 김현수는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을 행사, 개막 로스터에 진입했지만 첫 홈경기에서 홈팬의 야유를 받았다.

김현수는 4월 출전이 ‘제한’됐지만 15타수 9안타(타율 0.600)로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포지션 경쟁자인 조이 리카드가 시즌 개막과 함께 7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등 4월에 타율 0.280, 11득점을 올려 김현수의 입지는 불안했다. 그런데 리카드는 4월 말부터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해 5월엔 타율 0.213에 그치고 있다. 리카드의 시즌 타율은 25일 0.250대까지 떨어졌고 마침내 김현수에게 기회가 왔다. 김현수는 “벤치에 있을 때도 자신감은 항상 충만했었고, 지금도 자신 있게 플레이하려고 한다”며 “언제든지 출전하면 잘할 수 있게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호적으로 변했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의 시즌 타율이 0.350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뺄 수 없다”고 농담했을 정도다. 김현수가 첫 홈런을 때리자 지역 방송인 MASN은 김현수의 영문 성(Kim)과 ‘킹콩(King Kong)’을 합성해 “이제 김현수를 ‘킴콩’으로 불러도 된다”고 치켜세웠다.

김현수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시련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김현수는 신일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고 청소년 대표로 활약했지만,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2006년 두산에 신고 선수(연습생)로 입단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각고의 노력 끝에 2008년 타율(0.357), 최다안타(168개), 출루율(0.454) 1위에 오르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포기하지 않고, 주눅 들지 않고 기회를 기다린 김현수는 이제 볼티모어 코칭스태프, 언론, 팬들의 신뢰를 얻었다.

한편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 6번 타자 1루수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올렸고 시애틀의 이대호는 9회 말 대타로 나섰으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는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