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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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 논설위원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낙선하면 사람도 아니다.’

국회의원은 배지를 떼는 순간 그가 누렸던 200여 가지의 특권이 사라지고 일반인으로 돌아온다. 30일부터 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되고 새로 등원하는 초선 의원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반대로 이날부터 전(前) 의원 신분이 되는 19대 의원은 찬밥 신세다. 19대 현역 국회의원 292명 중 4·13총선에서 당선되지 못한 의원 146명(50%)이 국회를 떠났다.

재력이 있거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던 이들은 운전기사가 딸린 자가용도 계속 탈 수 있고 사무실도 별도로 마련할 수 있지만, 이도 저도 안 되는 의원들은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운전기사를 포함해 9명의 보좌진이 없기 때문에 ‘BMW(버스, 지하철, 걷기)족’이 되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전 의원은 SNS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종종 올린다. 광주 방문길에는 ‘오랜만에 사용한 교통카드가 광주 지하철에서도 사용 가능할지 걱정된다’고 했다. 국회의원일 때는 KTX를 무료로 타고 비행기 좌석도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의 돈으로 결제해야 한다. 한 전직 의원은 “현직일 때는 의전에 익숙해 있었는데 전직이 되고 보니 아무도 몰라 줄 때 신분 추락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낙선한 6선의 이인제 전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28년간 자신을 보좌해온 측근과 이별하는 심경을 트위터에 이렇게 남겼다. “정든 사람과의 이별은 슬프다. 나의 아내는 그를 잡고 울었다. 28년 전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내 곁을 지켜주던 강명구 비서가 어제 떠났다.” 실세 의원들은 매일 전화통에 불이 나던 기자들이 연락이 없을 때 금단 증세까지 느낀다고 한다. 김재원 전 의원은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중국 한 대학의 연구원으로 가 최근 티베트 등지를 여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억4000만 원가량 들어오던 세비가 끊기면서 생활고를 걱정하는 인사도 많다. 부인도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알바’조차 쉽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들 도움을 받지만 4년 내내 손을 벌리기도 어렵다. 정치를 잘했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정치인이 한강에 빠졌을 때 오염될까 봐 빨리 구조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니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