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小野大 20대 국회 任期 첫날부터 걱정이 앞서는 이유

제20대 국회는 ‘최악’ 오명을 쓴 19대 국회와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임기(任期) 시작 첫날인 30일, 여야 각 정당이 보여준 모습은 그런 기대보다는 ‘19대 국회의 연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한다. 정치권도 이런 여망을 알기에 한목소리로 19대 국회를 반성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한 20대 국회를 협치로 운영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행동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우선, 각 정당이 이날 제시한 ‘우선 처리 법안’ 목록을 보면 19대 국회에서 허송세월 끝에 폐기된 쟁점 법안들 그대로다. 현실적으로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지만, 정치 개혁과 효율적 국회를 위한 제안과 입법을 앞세우는 것이 19대 국회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성의일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19대에서 넘어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8개 법안을 내놨다.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예전에 추진했던 세월호특별위원회의 기간을 연장하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안과 같은 재탕 입법이 대부분이다. 대기업 정원의 3%를 청년으로 의무 채용하도록 하겠다는 청년고용할당제 등 포퓰리즘 입법도 앞세웠다. 법인세율 인상, 테러방지법 개정 등도 그대로다.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등 정치 현실은 2012년 19대 국회 출발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협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쟁 조짐이 더 돋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상시청문회’ 등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거야(巨野)는 협치 파기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이다. 원 구성 시한(6월 7일)이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식물국회의 주범인 국회선진화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더 시정하기 힘들게 됐다.

경제·안보 상황은 더 엄혹하다. 미국 대선 변수에 북핵 문제까지 정세의 유동성이 훨씬 커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조선·해양 분야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실업자가 대거 발생하고,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박 대통령 임기가 아직 1년9개월 남았지만 심각한 여여(與與) 갈등 요인까지 보인다. 게다가 집권당은 총선 참패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중지란으로 국정을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다. 이대로 가면 식물국회에 식물정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대 국회는 4·13 총선 민의가 ‘제대로 일하는 국회’임을 이제라도 자각하고, 변화한 모습을 실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