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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6년 05월 30일(月)
기업 구조조정, 市場논리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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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한때 세계 4위 조선사였던 STX조선은 무리한 확장과 저가(低價) 수주를 남발한 결과 수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2013년 4월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그 후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채권단은 4조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구조조정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STX조선의 구조조정 실패는 구조조정을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를 따르면 어떻게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부실기업은 인수·합병(M&A)되거나 파산(破産)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는 일이다. 부실기업을 시장 원리에 따라 퇴출시키지 않고 정치 논리에 따라 파산을 억제하거나 지원할 경우 부실은 더욱 커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STX조선이 바로 그런 경우다. 2013년 STX조선이 자율협약을 신청했을 때 적자 규모가 무려 1조5000억 원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STX조선을 청산하기보다는,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국가경제에 대한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으로 자율협약을 추진하며 자금 지원에 나섰다. 그 후에도 STX조선이 수조 원의 영업 손실을 내자 지난해 말 시중은행들이 채권단에서 탈퇴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조선업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낙관하며 수천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했다. 사실 이것은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지역 주민과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내린 정치적 결정이었다.

STX조선의 구조조정 과정은 1997년 외환위기의 데자뷔 같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비효율적인 고비용-저효율의 왜곡된 경제 구조에 있었다. 한국의 왜곡된 경제 구조는 정부의 인위적인 경제성장 정책과 정부의 시장 개입의 결과였다. 파산억제 정책들은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며 기업의 부실을 키웠다. 정리해고의 제한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조치들로 인해 시장 상황에 맞는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와 관치금융으로 금융기관이 상업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운영됨으로써 금융기관들이 부실하게 됐다.

지금의 상황은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경제에서 정치 논리와 관치금융이 횡행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기업 운영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이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지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인수합병(M&A) 관련 규제와 절차를 완화하고 경제 개입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시장 상황의 변동에 따라 생존을 위해 자신의 조직을 끊임없이 스스로 재편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하거나 보호해주면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아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이 늘어나는 법이다.

STX조선의 구조조정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금 조선, 철강 등의 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계속 이런 식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의 구조조정에 개입하게 되면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를 또 겪을지도 모른다. 살릴 기업과 퇴출 기업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은 그러한 구조조정이 시장의 논리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 조치만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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