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맞은 베르됭에서 獨·佛 화합을 외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32년전부터 맞잡은 손 지난 1984년 9월 22일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헬무트 콜 서독 총리가 프랑스 동북부 베르？의 두오몽 납골당 앞에서 열린 양국 화해 기념식에서 프랑스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손을 맞잡으며 양국 화해와 관계 정상화를 다짐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해-피해자 “통합” 한목소리

敵地 남은 독일군 묘지에 헌화
메르켈 “과거 알아야 교훈얻어”
올랑드 “평화 정신 영원할 것”

“과거를 아는 사람만이 후손을 가르칠 수 있고, 이를 통해 밝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과 독일군 30만여 명이 전사한 격전지였던 프랑스 동북부의 베르됭. 29일 이곳에서 열린 베르됭 전투 100주년 기념식에 과거 적군이었던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같이 말하며 침략의 역사와 전쟁의 참상에서 배운 교훈에 겸허히 고개를 숙였다. 이에 올랑드 대통령도 베르？ 북부 콩상부아에 있는 독일군 묘지에 추모의 뜻을 담아 헌화했다.

1차 대전 중인 1916년 독일에서 프랑스로 진입하는 관문인 베르됭에서 양국 군대가 맞붙었다. 결국 프랑스가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양국 인명 피해는 엄청났다. 그해 약 10개월 동안 이어진 참호전으로 프랑스군 16만3000여 명, 독일군 14만3000여 명이 각각 전사했으며 수십만 명이 부상했다. 당시 약 6000만 발의 포탄이 전장에 떨어졌으며 이 중 4분의 1가량이 터지지 않았고 불발탄 폭발 위험 때문에 베르？에서는 아직도 건축과 농사가 금지되고 있다.

참혹했던 전투였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 베르됭을 오히려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승화시켰다. 지난 1984년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헬무트 콜 서독 총리가 베르됭의 두오몽 납골당 앞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프랑스 국가가 연주될 때 손을 맞잡은 장면은 그런 상징으로 남았다.

지난 26∼27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올랑드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이날도 하루 종일 일정을 함께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아침 많은 비가 내리는 속에서 1만1000여 명의 독일군 전사자가 묻힌 독일군 묘지에서 메르켈 총리를 맞았다. 양국 정상은 독일군 희생자에게 헌화하고는 우산을 나눠 쓰고 몇 분간 함께 묘지를 걸으며 둘러봤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베르됭 시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초대해줘서 아주 영광스럽다”며 “우리는 미래에도 베르됭의 기억을 깨어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를 기억하는 이들만이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올랑드 대통령도 “베르？은 프랑스와 독일의 우정과 평화를 위해 단합했다”며 “베르됭의 정신은 영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