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반장선거 1표차 낙선” 초등생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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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들과의 금정산 등반 동행

초등생 말에 의미심장한 답변
사인 요청엔 ‘사람이 먼저다’
대권 향한 ‘야인’행보 본격화

당원 “정상서 다시 만나자” 구호

문재인(얼굴)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8일 부산지역 당원 400여 명과 함께한 금정산 산행은 유세 현장을 방불케 했다. 문 전 대표는 5시간에 걸쳐 산길을 걸으며 수많은 시민과 인사하고 악수를 나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웃는 얼굴로 쇄도하는 사진·사인 요청을 모두 소화했다. 사인을 할 때면 지난 18대 대선 슬로건이던 ‘사람이 먼저다’를 함께 쓰곤 했다. 중간중간 당원과 시민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파이팅” “문재인과 더불어” 등 구호가 울려 퍼졌다.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30일이면 문 전 대표는 의원에서 일반 당원 신분이 되지만, 이날 모임은 그가 단순한 원외 인사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문 전 대표는 “4년 동안 초선의원 신분으로 대선 후보도 되고, 제1야당 대표도 되고, 우리 당이 제1당이 되는 모습도 봤다”며 “지금도 관심을 많이 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이 돼 있다”고 자평했다.

비록 ‘여의도’에서 멀어졌을 뿐, 대권을 향한 ‘야인’ 문 전 대표의 행보는 갈수록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앞서 각각 전남 고흥군 소록도(16일), 경북 안동(27일)을 방문하는 등 유력 대선주자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정은 비공개지만, SNS를 통해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패배 후 잠행했을 때도 SNS로 소통하면서 복귀를 위한 ‘타이밍’을 만들어 나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8월 말∼9월 초로 예정된 더민주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8월 말 정도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는 당분간 중앙정치와 좀 거리를 두면서 지금처럼 조용하게 ‘정중동’식으로 시민을 만나고 다닐 생각”이라며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날 문 전 대표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초등학생과의 대화는 묘한 의미를 풍겼다. “반장 선거에 한 표 차이로 떨어졌다”는 학생에게 문 전 대표는 “그럼 절치부심해서 더 잘해야지”라고 말했다. 산행을 마무리한 뒤 문 전 대표 주변에 모인 당원들은 “정상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의미심장한 구호를 세 번 외쳤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