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여성 同性愛 … 박찬욱의 가장 상업적 영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아가씨’는 귀족 히데코(김민희·오른쪽)와 하녀 숙희(김태리·왼쪽)가 서로에게 끌리며 서서히 다가가는 이야기가 핵심 줄거리다. CJ E&M 제공

- 영화 ‘아가씨’ 관람 포인트 3가지

[원작 어떻게 각색]
英 원작 빅토리아 시대서 1930년대 일제 배경으로

[동성애 신 논란]
男감독 ‘작위적 연출’ 반응에 “친밀감 전하려는 시도” 해명

[아기자기한 디테일]
주인공 日語 대사 듣는 재미… 다다미·한옥 등 비교 볼거리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개봉 후 다양한 이야기를 양산해낼 것으로 보인다. 또 박 감독이 이 영화로 자신의 흥행기록을 깰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숱한 화제 속에 6월 1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아버지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일본 귀족 히데코(김민희)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의 사주를 받고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가 두 사람을 연결하는 숙희(김태리), 히데코의 후견인인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 등이 벌이는 암투를 담았다.

관객들은 원작인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와의 비교를 비롯해 캐릭터 간의 관계, 박 감독 작품의 상업적 변화, 여성 동성애 장면,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어 대사, 공들인 미장센 등 영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나 = 아가씨는 3부로 나눠 전개되는 등 원작의 틀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반전 고리는 변화를 줬다. 원작의 배경인 빅토리아시대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로 바꾸고, 원작에 나오는 여성들의 출생 비밀을 걷어냈으며 대신 두 여인이 만나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에 집중했다. 또 원작보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만들어졌다.

반전의 내용이 다소 약하고, 2부 이후 원작과 다른 부분이 조금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이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원작의 작품성을 못 따라간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원작의 복잡한 설정을 재미있게 재구성한 영화에 대해 국내 관객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코우즈키(조진웅·왼쪽)와 백작(하정우·오른쪽) 등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대사의 반 이상이 일본어로 나온다.

후견인 캐릭터는 변태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등 원작보다 존재감이 커졌다. 코우즈키를 연기한 배우 조진웅은 “농도가 짙은 작업이라 괴롭고 힘들었지만 깊게 빠져들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는 ‘올드보이’의 낙지를 연상케 하는 대형 문어가 등장해 박 감독의 작품임을 인증한다.

◇파격적 동성애 장면 어떻게 볼까 = 이 영화는 박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상업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감독은 “아기자기하고 명쾌한 해피엔딩”이라며 “너무 상업적이라 칸영화제가 경쟁부문에 부른 것에 놀랐다”고 소개했다.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영화제 데일리(소식지)는 “원작의 복잡한 설정을 걷어내고, 자극적인 요소로 채웠다”며 “다양한 상업적 틀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히데코와 숙희의 동성애 장면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남성 감독이 여성 동성애의 결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작위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내가 남성이다 보니)어떻게 찍어도 그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감독 이름을 비워놓고 누가 찍었는지 모르고 본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성끼리의 관계는 흔히 가위 모양”이라며 “자세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두 여성이 손을 맞잡는 장면으로 친밀감을 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두 여성이 벌이는 애크러배틱한 정사 장면이 다소 거북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특히 영화의 주 소비층인 여성 관객들이 이 장면을 어떤 시선으로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아기자기한 디테일의 즐거움 누리기 = 칸영화제 상영 버전은 일본어 대사를 불어와 영어 자막으로 표현해 영화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박 감독은 “일어 대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며 “계속 줄이는 작업을 했고, 어쩔 수 없는 것만 넣었다”고 설명했다. 네 명의 주인공의 일본어 발음을 유의해서 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히데코가 서재에서 일본어로 책을 읽는 낭독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김민희는 히데코가 감정을 담아 책의 내용을 섬세하게 읽으며 낭독회에 참석한 남성들을 유혹하는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그려냈다.

서양식 건물과 한옥, 일본식 다다미방이 어우러진 공간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복잡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주요 배경인 거대한 서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수위가 높은 동성애 장면도 독특한 미장센 속에서 아름답게 다가온다. 이 영화의 미술을 맡은 류성희 미술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칸영화제 기술상인 벌컨상을 수상했다.

박 감독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1000만 영화는 꿈도 안 꾼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 절반만 됐으면 좋겠다”고 흥행 바람을 드러냈다.

박 감독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 흥행기록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583만 명으로, 아가씨가 칸영화제 초청 효과와 센 동성애 장면이 등장한다는 입소문 등이 작용해 이 기록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