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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6년 06월 01일(水)
“배 모양의 동체에 돛 모양의 날개… 이것이 飛車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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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의 비행기 ‘조선의 飛車’ 복원한 이봉섭 씨

라이트 형제보다 300년 앞선
세계 첫 비행기 조선의 ‘비거’
복원 담은 ‘… 다시 날다’출간

“한지와 풀 이용해 비거 만들며
친환경 비행기에 상당한 통찰
미래형 경비행기 제작에 도움”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에서 한 대의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라이트 형제가 만든 세계 최초의 비행기 플라이어호. 그러나 이보다 300년이나 앞선 1592년 조선의 하늘을 자유롭게 난 비행기가 있었다. 바로 비거(飛車).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1788∼1863)이 쓴 백과사전 형식의 책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따르면 1592년 임진왜란 격전지 진주성 전투에서 조선의 하급 군관 정평구가 비거를 만들어 타고 성 안으로 날아 들어가 벗을 태우고 성 밖 30리를 비행한 뒤 착륙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거에 대해선 간략한 기록만 남아 있을 뿐 실물은 물론 설계도도 없다. 그러다 보니 실존 여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모스크바 국립기술대 항공우주공학부 박사 과정에 있는 젊은 항공기 설계연구가 이봉섭(36·위 사진) 씨는 300여 년의 시간을 지나 비거의 존재 증명을 했다. 역사 기록 몇 줄로 남아 있는 비거를 축소 모형으로 만들어 비행 실험까지 마쳤다. 역사 기록 연구, 16세기 조선의 과학 기술, 그리고 비거를 발명한 정평구가 되어 그라면 무엇을 갖고,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상상한, 물론 과학적 상상이 결합한 결과다.

그가 비거에 대한 모든 것과 실제 복원해낸 과정을 담아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사이언스북스)를 출간했다. 책 출간에 맞춰 잠깐 한국을 찾은 그를 31일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비거에 대한 그의 관심은 2002년 군대에서 우연히 한 항공잡지에 실린 고원태의 소설 ‘잊혀진 우리 나래 비거’ 광고를 보면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영화 ‘아름다운 비행’을 보고 비행 세계에 매료돼 한국항공대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군에서 휴가를 나와 비거 연구가 고원태 작가를 만나 도움을 받고, 스스로 자료를 추적하며 비거 연구에 들어갔다. 2000년 KBS 역사 스페셜팀이 비거를 복원하긴 했지만 정평구의 비거를 온전히 재현했다고 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비행기 설계 공부를 위해 러시아로 떠나면서 비거 복원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학을 떠난 것은 제대로 공부하자는 마음에서였지만 한국과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비거 연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는 그는 2002년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비거 날개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5년엔 동체와 날개를 만들었고, 첫 비행 성공을 거쳐 2009년까지 계속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쳤다. 설계도가 없기에 그는 정평구라는 인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가 어떤 기술을 썼을 것인가를 추론하며, 여기에 당시 과학기술과 현대 항공기술을 결합했다고 한다. 그는 동체는 우리나라 한선 평저선 구조를, 날개는 돛의 원리를 가져왔고, 동력은 엔진 없이 진주성 앞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오르는 원리를 썼다. “전통 한선을 봤을 때, 완전히 소름이 돋았어요. 평저선이 비행기의 동체, 돛이 비행기의 날개 구조와 똑같았거든요. 이를 가져오니 현대 비행기 구조와 흡사했습니다.” 비거는 익룡처럼 보이는 거대한 새의 등에 사람이 앉아서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멀리서 보면 새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짙은 갈색의 거대한 수레바퀴와 날개가 달린 비행체라고 설명했다. 탑승 인원은 최대 4명. 날개 길이는 19.56m, 시속 75∼80㎞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가 2002년부터 계속 업그레이드한 비거 모형은 날개 길이가 180㎝이니 실제 비거의 10분의 1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대나무와 목재로 동체를 만들었고, 날개 재료는 옻칠한 한지이다. 모터와 엔진이 없지만 상승기류를 제대로 타면 1∼2시간은 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엔 한지에 풀만 붙여 사용했는데 버티는 힘이 대단했다”는 그는 “비거를 만들어보면서 굉장히 많이 배웠다. 비거가 친환경 미래형 비행기에 상당한 통찰을 안겨줬다”고 했다. “현재 경비행기 재료는 섬유강화 플라스틱인데, 고가인 데다 인체에 좋지 않다. 반면에 목재는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한 기체에 수백 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기존의 대형 항공기는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 막대한 에너지 소비, 소음, 유해 물질 발생 같은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비행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친환경 비행기가 현대 항공공학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비거에 적용된 자연 친화적이며 유연한 환경기술은 미래 친환경 경비행기 제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그는 박사과정을 밟으며 2인승 경량 항공기 LSA(Light Sport Aircraft) 연구개발 기업인 봉에어(Bong Air)를 운영 중이며, 독일 및 핀란드 관련사들과 협업해 1인승 전동 비행기(Electric Aircraft) 푸르기 20도 개발 중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사진=김낙중 기자 sanjoong@, 사이언스 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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