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일>난민 어린이 소재 그림책, 英서 ‘올해의 그림책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이름은 난민이 아니에요(My Name is not Refugee)’ 책 중 소년이 난민촌에서 생활하는 내용을 담은 그림. 작은 사진은 책 표지. 사진 = V&A 박물관

‘어머니 시선’ 으로 따스하게
고향 떠난 고단한 삶 보듬어

지중해를 건너다 익사하는 난민이 급증하면서 난민 어린이의 피해도 속출하는 가운데, 50대 영국 만학도가 난민 어린이의 삶을 그린 책이 올해의 그림책 상을 수상해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대학원에서 아동 그림책 관련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케이트 밀너가 그린 ‘내 이름은 난민이 아니에요(My Name is not Refugee)’가 영국 유명 박물관인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이 주최한 올해의 어린이 그림책 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올해 석사 학위를 받는 밀너는 소년이 고향을 떠나 겪는 험난한 여정을 어머니의 시선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책에서 어머니는 난민촌에서 한뎃잠을 자야 하는 아들에게 ‘우리는 좀 낯선 데서 자게 될 거야’라며 달래고, 아들이 마주치게 될 다른 나라 사람이나 음식에 대해서는 ‘우리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듣게 될 거야’ ‘그리고 새로운 음식도 맛보게 될 거야’라고 이야기해 준다. 밀너의 작품은 이처럼 어머니가 아들이 느낄 수 있는 공포와 배고픔, 피곤함 등을 달래고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을 따스한 그림체로 표현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재클린 윌슨 여사는 “어린이 책 출판업계에 상업적 주제가 넘치는 상황에서 밀너의 도전은 모두에게 감동을 줬다”고 밝혔다.

밀너는 “교사인 딸이 ‘학생들한테 난민 위기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아이들이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림책을 그리게 됐다”며 “이 책은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읽는 아이들이 단 하나만 가지고 집을 떠나야 한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지, 집을 추억할 때 기억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면서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다른 어린이들의 처지를 상상하고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밀너의 책은 오는 8월 21일까지 V&A 박물관에 전시되며, 올해 말에 출간될 예정이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