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창조경제 비웃는 국가 경쟁력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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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렬 연세대 교수·경영학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2016년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평가 대상 61개국 중 29위로 발표했다. 국가경쟁력 순위 29위는 2015년 25위에 비해 4계단 떨어졌고, 2007년 29위로 회귀하는 순위이기도 하다. IMD 평가 부문 가운데 경제 성과 부문의 순위가 지난해 15위에서 올해 21위로 떨어졌고, 기업 효율성 부문이 37위에서 48위로 처졌다. 당국은 이번 국가경쟁력 순위 하락의 원인을 지난해 성장과 고용이 둔화하면서 경제 성과가 저조했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구조조정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기업 효율성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IMD의 대한민국 국가경쟁력 순위의 변화를 보면 2007년 29위에서 2010년 23위, 2011년부터 3년 연속 22위, 그리고 2014년에는 26위, 2015년 25위, 올해 29위이다. 29위라는 국가경쟁력 순위도 걱정스럽지만, 국가경쟁력 순위가 2014년부터 떨어지고 있다는 게 더욱 우려스럽다. 그동안 한국과 경쟁하는 국가들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거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말로만 변화를 외치고 있어 밖에서 보기에는 오히려 뒷걸음질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 같다.

국가경쟁력 제고의 목적은 우리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이기에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는 최대의 과제다. 따라서 국가경쟁력 제고는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책정돼야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매년 국가경쟁력 순위가 발표될 때만 관심을 보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정책적 우선권을 주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우리 사회도 우리 생활수준의 향상을 위한 국가경쟁력 제고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저성장 시대에 한국이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경쟁력 순위가 더는 떨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실효성(實效性) 있는 노력해야 한다.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상위에 올라 있는 국가들(홍콩, 스위스, 미국, 싱가포르, 스웨덴, 덴마크, 아일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캐나다) 가운데서 미국을 빼고는 한국과 비교할 때 경제 규모 등에서 크게 앞서는 나라들이 아니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혁신성·개방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오래 노력해 왔기에 높은 국가경쟁력 순위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결국, 한국도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혁신성·개방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박근혜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혁신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미미하다. 이처럼 현 정부의 창조경제가 빛을 보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창조경제를 주도할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성이 우리 사회의 근본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김영삼정부부터 세계화에 대한 투자를 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개방성이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화에 대한 구호를 열심히 외치고 있지만, 기업도 사회도 우리가 외친 만큼 열려 있지 않은 것 같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우리만의 경쟁력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개방을 통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혁신성과 개방성은 그동안 많은 시도를 해왔지만, 투명성은 우리 사회가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해결을 하려는 의지가 미약하다. 해외에서 한국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이 투명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도 이젠 선진국으로 그 위상이 바뀌었기에 해외에서는 우리의 투명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회 전 분야에서 투명성이 과거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진정성을 가지고 정도(正道)를 걸을 수 있는 자존감을 길러야만 한다.

우리 사회가 혁신성·개방성·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다한다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더는 추락하지 않고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도약할 것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따르지만 이를 우리 사회가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