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치킨집·아들은 카페… 생계형 창업에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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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불황이 바꾼 세태

정부 IT벤처 창업 장려하지만
여유없는 청년들 생업 내몰려
그나마 경쟁심해 실패 대물림

대학들은 ‘큰 손’ 기부 줄어들자
‘月1만원이라도’ 소액모금 호소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힘겨운 ‘생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 사이 출생)인 부모는 재취업을 하지 못해, 에코 세대(1979∼1992년 사이 출생)인 자녀는 취업난에 나란히 ‘생계형 창업’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2030세대는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이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비교적 수월하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업종을 찾다 카페 창업에 ‘올인’하면서 치킨집 창업에 몰려 망했던 5060세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패의 대물림에 대한 우려다.

통계청의 ‘2014년 전국사업체 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사장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30세대가 대표로 있는 사업체는 전년 대비 8.5% 늘어나, 전체 연령대 평균 증가율(3.7%)보다 증가 폭이 훨씬 컸다. 명문대 졸업 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26) 씨는 9일 “몇 년이 걸려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 또 언제 잘리나 조마조마할 바에야 내 가게를 내는 게 낫지 않으냐”고 말했다. 특히 2030세대 업체 중에서는 카페 등이 속한 ‘비알코올음료점업’이 2013년 1만2390개에서 2014년 1만6802개로 35.6%나 늘어 전체 평균 증가율(15.7%)의 2배 이상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정보기술(IT) 분야 등 벤처 창업을 장려하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정모(27) 씨는 “IT 창업이 쉽지도 않고,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실제 해보겠다고 나서면 장벽이 많은 반면, 카페 창업은 기술을 빨리 배워 돈을 버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청년 창업도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쏠리고 있어 빈곤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등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받아 캠퍼스를 키워 오던 대학들조차 경제난에 후원이 줄면서 “단돈 1만 원이라도 더 모으자”며 소액 기부금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도 장기 불황이 낳은 새 풍속도다. 기업이나 재력가 동문의 큰손 기부가 줄면서 대학들은 ‘십시일반 소액 기부’로 모금 전략을 바꾸는 추세다. 고려대는 2013년 428억5684만 원에서 2014년 356억5792만 원으로 기부금이 줄었다. 중앙대도 2013년 117억6100여 만 원에서 2014년 110억6100여 만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고려대는 ‘KU PRIDE CLUB’이란 소액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동문·교직원·일반인들이 월 1만 원을 내는 소액 기부 캠페인으로 1년간 9억6000여 만 원을 모았다. 중앙대는 9월부터 소액 기부 절차를 간소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연세대 정문과 본관을 잇는 도로를 정비한 ‘백양로 프로젝트’도 소액 기부자들의 모금으로 이뤄졌다.

김수민·박효목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