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박인비와 골프 버킷 리스트

열혈 골퍼 셋이 한날한시에 죽어 옥황상제 앞에 불려갔다. 셋은 이구동성으로 지금 죽기엔 억울하다며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골프를 치게 해달라고 읍소했다. 한 골퍼가 맨 먼저 “늘 볼을 터치하는 못된 놈을 혼내지 못한 게 억울하다”며 기회를 달라고 했고, 두 번째 골퍼는 “저는 내기 골프 때마다 돈을 잃었는데 꼭 한번 이길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세 번째 골퍼는 묵묵부답이었다. 옥황상제가 이유를 묻자 세 번째 골퍼는 “둘이 말하는 못된 놈도, 늘 돈을 딴 놈도 바로 접니다.”

오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 출전한 박인비가 ‘LPGA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습니다.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위업이기에 선수라면 꼭 한번 꿈꾸는 목표입니다. 박인비는 “어릴 때부터 골프를 치면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꿈꿔왔다”면서 “그 꿈을 이뤘더니 영광스럽고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명예의 전당’이야말로 박인비에겐 골프에서 가장 큰 ‘버킷 리스트’였습니다.

맞습니다. 골프에서는 왜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주말골퍼라도 골프에서 꼭 한번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습니다. 기자가 그동안 ‘골프와 나’를 위해 취재해온 골퍼들은 참으로 다양한 ‘골프 버킷 리스트’를 말했습니다. 한 아마 고수는 클럽챔피언이 되기 위해 술과 담배를 끊고, 클럽챔피언에 10여 차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9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 때문에 당시 ‘엄기영 앵커’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기업인 출신의 고희를 맞은 한 골프 마니아는 몇 해 전부터 죽기 전에 국내 골프장을 모두 돌아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지금까지 100여 곳을 섭렵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홀인원을 꼽을 수도 있습니다. 18홀 올파, 트로피 100개 수집, 세계 100대 코스 답사, 언더파 치기, 에이지 슈트, 프로테스트 도전, 비거리 250m 보내기…. 리스트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것이 있습니다.

손끝 하나라도 아프면 골프를 할 수 없기에 죽을 때까지 라운드하기를 바라는 이, 골프장에서 라운드 도중 죽고 싶다는 이도 있었고, 다음에도 함께 하고 싶은 동반자로 기억되기 같은 소박한 꿈을 꾸는 이도 있습니다.

이처럼 ‘버킷 리스트’를 만들면 골프가 한층 즐거워지고 설렌다고 합니다. 작지만 노력만 하면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운다면 꿈을 하나씩 채워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습니다. 여러분은 골프를 즐겁게 할 어떤 버킷 리스트를 갖고 있나요?

ms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