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비자금 수사>롯데 비자금 ‘5大 루트’ 추적… ‘辛의 손’ 개입 규명이 관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수사 이후 처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5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미국 액시올과의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합작사업 기공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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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들 ‘밑지는 사고 팔기’
辛씨 일가 재산 불리기 의혹
그룹 내서 일감 몰아준 정황

中 투자 일부 ‘횡령’ 주장도
“총 손해액 3000억 넘을 것”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경로를 속속 확인하며 이 같은 비자금 조성에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이 개입됐는지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거나 의혹이 제기된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경로는 부동산 거래·주식 및 일감 몰아주기 등에서의 계열사 간 내부 거래·중국 사업·롯데케미칼의 원료 수입 과정·롯데건설 외 기타 계열사 등 크게 다섯 개다. 갖가지 방식으로 이뤄진 횡령·배임으로 계열사에 끼친 손해액은 기존에 알려진 3000억 원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5일 오전 3시쯤 롯데건설 압수수색을 마무리했다. 롯데케미칼 압수수색도 전날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14∼15일 이뤄진 10여 개 계열사 2차 압수수색은 지난 10일 1차 압수수색 자료의 결과 분석 과정에서 횡령·배임 및 비자금 조성 등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드러난 곳에 추가적인 증거물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검찰이 어느 정도 수사의 윤곽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거나 그간 업계에서 의혹이 제기됐던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경로 중 가장 주된 방식은 계열사 간 부당 자산거래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이 신 총괄회장의 스위스 소재 특수목적법인(SPC)인 ‘로베스트’로부터 롯데물산 주식을 적정가보다 두 배가량 비싸게 매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찰이 전날 호텔롯데의 사업부인 부여리조트·제주리조트를 압수수색한 것도 호텔롯데가 지나치게 헐값에 이들 리조트를 합병한 과정을 보다 자세히 파헤치기 위해서다. 롯데정보통신(SI업체)·대홍기획(광고기획업체) 등 계열사는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상당한 부당 이득을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룹 정책본부와 롯데자산개발 주도하에 신 총괄회장 등 신 씨 일가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많은 계열사가 ‘비싸게 사고 싸게 파는’ 밑지는 장사를 한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계약으로 취한 부당 이득 중 상당수가 신 씨 일가의 비자금으로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쇼핑이 무리한 중국 투자를 감행했다가 발생한 1조 원대 규모의 손해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신 회장 주도의 ‘횡령액’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로 신동주 SDJ 회장 측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도 일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원료 수입액만 5조 원에 달하는 롯데케미칼은 원료 수입 과정에서 불필요한 중개업체를 끼워 넣어 굳이 ‘통행세’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중개업체는 다시 일본 롯데물산과 연결돼 실제 상당한 금액이 일본롯데 측으로 흘러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롯데건설 등 다른 계열사들도 갖가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본부 주도하에 계열사별로 이뤄진 비자금 조성에 신 총괄회장·신 회장 등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밝혀내는 게 관건이다.

민병기·이후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