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편한 곳이 明堂’… 묘지문화 달라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기피시설로 인식되던 기존 묘지와 달리 근린공원처럼 잘 정돈된 시안 가족추모공원. 시안가족추모공원홈페이지

先山 대신 가까운 곳 선호
시안가족추모공원 등 찾아
화장률 급증세 80% 넘어
지자체간 부지 갈등 줄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마지막 안식처’인 묘지가 달라지고 있다. 묘지나 화장터 등은 인근 주민들이 꺼리는 님비(Not In My Back Yard) 시설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족추모공원으로 탈바꿈해 고인의 유족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근린공원처럼 즐기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공헌하는 ‘복지 인프라’ 역할까지 하고 있다. 장례문화의 업그레이드다.

17일 오전 경기 광주시 오포읍의 시안가족추모공원. 유족들은 봉안당 앞에서 사진을 어루만지며 고인을 추모하고, 헌화와 기도를 마친 뒤 추모공원 내 자연 산책로를 거닐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김모(여·48) 씨는 “선산에 묘를 내는 대신 돌아가신 부모님을 추모공원에 모시고 자주 이곳을 찾는다”며 “아이들도 공원에 가는 것처럼 생각하고 따라와 조부모님 살아계실 적 얘기를 나누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황모(36) 씨는 “경기 성남시에 사는데, 집 근처에 친척 어르신의 넋이 모셔져 있으니까 2주에 한 번꼴로 추모공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공원을 관리하는 김웅원(65) 전무는 “과거에는 풍수지리가 좋은 선산이 최고의 묫자리였다면, 이제는 가족이 찾기 편한 곳이 명당이 됐다”고 달라진 장례문화를 설명했다.

매년 화장률이 증가하는 만큼 이런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05년 52.6%로 절반이 약간 넘던 화장률은 매년 꾸준히 증가, 2015년엔 80.5%까지 올라갔다. 사망자 10명 중 8명은 화장되는 셈이다. 특히 매장지가 부족한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의 경우 사망자의 85% 이상이 화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묘지시설을 기피시설로 인식해 부지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던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도 묘지문화의 변화와 함께 봉합되는 추세다.

경기 화성시는 ‘공동형 종합화장시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산·수원·시흥시 등 인근 지자체와 갈등을 겪었지만, 가족추모공원 형식의 ‘함백산메모리얼파크’를 건립하기로 합의하면서 지난 3월 국토교통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특히 공원에 문화·체육·예술인 특화묘역을 조성해 ‘추모 관광’과도 연계하기로 했다.

박태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연구실장은 “묘지나 장례시설을 꺼림칙하게 여기던 정서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민호 장례지도사는 “문화가 달라진다고 조상을 기리는 마음도 사라진 건 아니다”면서 “인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추모공원은 장례문화의 발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